매일신문

"현금 하시죠" 소득 27% 숨기는 사장님들

고객 결제 때 '할인 유도' 꼼수, 자동으로 신고 안되는 점 이용

"정가 7만원인데 현금으로 결제하면 1만원 깎아 드릴게요." 일부 전통시장 옷가게, 자동차 정비공장, 식당 등지에서 심심찮게 듣는 솔깃한(?) 제안이다. 심지어 정가를 미리 말해놓고는 "카드로 결제하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수수료'부가세 운운하며 값을 올려 부르기도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마치 웃돈을 더 주고 구매하는 듯한 억울함 때문에 마지못해 현금 결제를 하게 된다.

이처럼 손님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꼼수' 등을 써서 소득을 숨기는 바람에 자영업자의 소득 100만원 중 27만원은 세무당국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과 한국은행이 2014년 세무당국에 신고된 사업'부동산소득과 국민 계정상 개인영업잉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 신고된 소득은 87조7천84억원이었으나 국민 계정상 개인영업잉여는 120조4천139억원으로, 세무당국의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은 72.8%이었다.

소득 파악률은 세무당국이 납세자의 소득을 얼마나 파악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국민 계정상 개인영업잉여보다 신고한 사업'부동산소득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숨겼다는 의미다.

반면 근로소득자의 과세대상 근로소득 총급여는 528조6천601억원이었고 국민 계정상 피용자의 임금 및 급여는 565조9천855억원으로, 근로소득 파악률은 93.4%에 달했다.

근로소득 파악률이 자영업자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월급쟁이 소득은 대부분 세금이 매겨지지만 자영업자의 소득은 27%가량 숨겨져 세금을 안 낸다는 뜻이다.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에 비해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은 납세자가 직접 소득금액과 비용을 신고하기 때문에 소득 탈루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의 가장 손쉬운 소득 탈루 방법은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것이다.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을 끊으면 소득이 자동 신고되는데, 이를 피하려는 것이다.

사업소득 파악률은 신용카드 결제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차츰 나아지는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5년 사업소득 파악률은 현재의 절반 정도인 34.5%에 그쳤다.

그러나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근로소득 파악률과 사업소득 파악률의 차이를 더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들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 고소득 전문직이 소득을 숨겨 세금을 덜 내면 근로소득자들의 조세 저항감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국민 계정상 개인영업잉여에는 자가주택 주거서비스, 농림어업의 영업잉여가 포함돼 있지만 그중 일부는 비과세되는 항목이어서 세무당국의 사업'부동산소득에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실제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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