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잡초밭처럼 변한 상주 '맥문동 사진 촬영 1번지'

출사 인파 하루 2천명 몰리던 명소…솎아주기·비료주기 안하고 방치 발길 돌려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 지난해 상주 맥문동 솔밭 모습.(좌측) 보랏빛 물결을 볼 수 없는 올해 상주 맥문동 솔밭 모습. 고도현 기자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 지난해 상주 맥문동 솔밭 모습.(좌측) 보랏빛 물결을 볼 수 없는 올해 상주 맥문동 솔밭 모습. 고도현 기자

"상주 맥문동 솔숲이 1년 사이에 왜 이렇게 됐나요? 잡초밭같이 변해버려 너무 놀라고 실망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국내 맥문동 사진찍기의 원조 또는 1번지라는 찬사를 들었던 상주 화북면 맥문동 솔숲(본지 2013년 8월 28일 자 4면 보도 등)을 찾은 관광객과 사진 동호인들의 푸념이다. 맥문동은 보랏빛을 띠면서 8월 중순부터 9월 초순까지 절정을 뽐내는 백합과 외떡잎식물이다.

지난 4년간 이곳은 8월 중순 무렵부터 소나무 군락지 밑에 보랏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맥문동 꽃이 만개했다. 인근 장각폭포 등의 영향으로 안개까지 자주 발생해 안개와 빛, 소나무, 맥문동이 어우러지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맘때쯤이면 사진을 찍으려고 모인 인파가 하루 2천여 명을 넘어서면서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들이 호황을 누렸었다. 평소 인적이 드물었던 이곳 시골마을에 생겨난 새로운 현상에 주민들이 의아해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솔숲을 뒤덮은 맥문동의 보랏빛 물결을 전혀 볼 수 없다. 축구장 절반 정도 면적에서 화려하게 폈던 맥문동이 열매를 맺지 못해 본래의 보라색을 잃었다. 흉흉한 잡초더미처럼 돼버린 것.

기대를 갖고 찾은 관광객과 동호인들은 발길을 돌렸고 실망한 내용을 인터넷과 SNS에 연이어 올리고 있다.

상주 명물이 엉망으로 변해버린 것은 상주시의 관리 부실 탓이다. 상주시는 2011년에 심은 맥문동을 6년이 되도록 잎 솎아주기와 비료 주기 등 사실상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주시 관계자는 "재정이 넉넉지 않아 제대로 관리를 못 했다. 이번 추경에 예산을 반영, 새로 맥문동을 심으면 내년엔 과거 아름다웠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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