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냄새가 나는 방에 들어갔어. 숨을 힘껏 들이 쉴 수 없었어. 그 냄새들이 내 몸속으로 다 날아들까봐. 내가 그 방의 냄새를 다 앗아갈까봐. 냄새 때문에 내가 옅어질까봐. 지워질까봐.
오직 냄새가 나를 증명할까봐. 내가 냄새처럼 고였다가 냄새처럼 머무르다가 냄새처럼 사라질까봐. -중략-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냄새로 기억되는 풍경들이 있는 것처럼, 그 사람은 냄새로 남아 있다. 어느 시골 담벼락에 핀 해바라기 냄새처럼, 햇빛이 수면에 흐르는 여름날의 저수지 냄새처럼, 집으로 오는 길에 자주 기대어 보았던 나무 전봇대 냄새처럼, 저녁밥 짓는 연기 냄새가 나는 어머니의 무릎 냄새처럼, 인간은 같은 곳에서, 같은 냄새를 피우고 살기 위해 사랑을 하고, 고백을 하고 서로의 살에 냄새를 남긴다. 그 사람의 귀 냄새를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냄새가 서로 닮아 가듯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냄새가 비슷하듯이 냄새는 흐려지면서 애틋하다. 새들도 인간이 사는 세상의 좋은 냄새를 맡기 위해 매일 지상에 한 번씩은 내려온다. 그 사람은 그런 냄새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매일 고백의 냄새를 기록하는 시인은 그 방문 앞에 와 있는 물안개처럼 서성거린다. 서로의 눈에서 나는 냄새를 잊지 않으려고, 눈에도 머무는 냄새가 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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