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혹여나 '란파란치' 걸릴라…공직자 사진 떼는 정부부처

김영란법 첫날, 정부 서울·세종청사·여의도 표정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별관 감사관실에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별관 감사관실에 '청탁 금지법 신고(인도)물품 보관실'이 마련됐다. 보관실은 직무 관련성 대상자로부터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선물한 사람에게 반환 또는 폐기 전까지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들어간 28일, 정계'관계'경제계 관련자들이 몰려 있는 정부서울청사, 세종청사, 여의도 등은 "조심 또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구내식당 이용객이 늘면서 주변 식당가는 평소보다 한산했고, 동료나 한 사무실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식당으로 향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무조건 몸 사리기

법 적용 대상자들은 "여전히 적용 범위 등에 애매한 구석이 많다"면서도 일단은 "법이 금지한 것은 하지 않겠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정오를 넘긴 여의도의 한 식당. 서너 명씩 테이블을 차지한 이들은 대부분 같은 사무실 직원들. 외부인과의 식사는 아예 차단한 것. 평소 같으면 연장자가 밥값을 계산했지만, 이들은 멋쩍어 하면서도 "각자 계산 한 번 해보자"며 계산대에 줄을 섰다.

비슷한 시각, 행정안전부 등 중앙 행정부처가 모여 있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주변. 이곳에서도 공무원끼리만의 식사자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한 공무원은 "부서 내 점심 회식이다"고 했다. 여성가족부의 한 주무관은 "고교 동창회와 자전거 동호회에는 연말까지 행사 참석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해놓은 상황"이라며 "여성가족부 입장에서는 법 시행으로 공무원과 직장인들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식당들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여의도의 한 식당 관계자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찾지 않으면서 평소 예약으로 꽉 찼던 방이 텅 비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시범 케이스'는 되지 말자는 분위기 속에 공무원 등의 몸 낮추기가 진행되면서 식당들의 '예약 절벽' '손님 급감' 우려 또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 업주는 "법 시행 이전보다 점심 매출은 30%, 저녁 매출은 50%가량 줄었다"며 "오늘 저녁 예약 손님도 한 팀밖에 없다"고 했다. 대신 구내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종의 정부부처에선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때우는 '혼밥'(혼자서 밥 먹는 사람)족들이 많아져 오랜만에 청사 구내식당 입구가 줄 선 공무원들로 북적였다.

◆'란파라치' 주의보

법 적용 대상자들은 '란파라치'(김영란법 위반자들을 적발해 신고하려는 사람)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세종시의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최근 청사 원룸 이주민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대부분 란파라치가 아니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부처와 관공서는 직원들 사진 공개에 대해 보안(?)을 강화하기까지 했다.

청사 복도에 걸린 우수 공직자 사진과 사무실 내에 배치됐던 근무자 사진을 떼어내는 곳도 생겼다. 고위공무원 전원의 사진이 담긴 조직도 배부 대상을 까다롭게 한 곳도 있다.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 역시 의원은 물론 보좌진들에게도 피감기관 관계자 외부 접촉 금지령이 내려지다시피 했다. 한 의원 사무실을 한참 지켜봤으나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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