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여행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다니고, 어른들은 단풍놀이를 펼치는 때이다. 문화행사도 부지기수로 많다. 일 년 중 관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예년 같았으면 이맘때 경주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보문단지며, 첨성대며, 불국사며 어디를 가나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휴일이 돼도 거리는 한산하고 사적지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오히려 방문하기로 했던 수많은 약속들이 연이어 깨지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 유례없는 지진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경주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깜짝 놀랐다. 당연히 겁이 났고 두려워졌다. 여하한 이유를 대서라도 경주 방문을 미루거나 취소하곤 했다. 이렇게 되자 경주시민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위축되기 시작하였다. 여태 관광산업을 주로 해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찾아오는 발길이 이만큼 줄어들면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대한민국 관광 일번지 경주의 현실이 암담해지자 정부는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지원하기 시작하였으며, 경북도와 경주시는 경주 관광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 숙박시설을 점검하고, 관광지마다 안전점검에 만전을 기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시 관광객이 찾아오는 경주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대적인 관광 홍보에 들어가고 매력적인 이벤트를 만들어 내놓고 있다. 10월 한 달 동안 입장료 없이 동궁과 월지, 대릉원을 방문할 수도 있다.
경주가 어떤 곳인가. 신라 천년의 중심지다. 옛 기록에 의하면 그 시대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많았다고 한다. 779년 통일신라 혜공왕 때 발생한 강진 때 죽은 자가 100명이 넘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렇다고 경주가 무너진 적이 있었던가. 오랜 세월을 이기고 거뜬히 남아 있는 문화유적들만 봐도 우리 선조들은 지혜를 모아 위기를 잘 극복했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성한 이들이다. 지금은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평범한 교훈이 위로가 된다. 위기를 오히려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가자고 말하고 싶다. 하루빨리 북적북적 사람들로 붐비는 풍경을 보고 싶다.
그런 맥락에서 '신라 이야기'를 주제로 9일까지 열리는 '2016 신라문화제'는 구성원들의 대동단결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7일 오후 7시 30분부터 화려하게 펼쳐지는 본격적인 개막식 행사에서는 신라고취대 식전공연과 공식행사 뒤, 봉황대 특설무대에서 주제 공연인 국악 뮤지컬 '처용'의 막이 오른다. 100여 명이 넘는 출연진이 참여하는 성대한 무대로 국민 화합과 통일의 염원을 노래할 것이다. 8일에는 경주역에서 중앙시장 네거리에 이르는 화랑로 길을 통제하고 경주인들의 대동단결을 보여주는 '길놀이'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축제 기간 동안 금장대와 서천둔치에는 부교와 유등을 설치하여 야간 볼거리를 제공한다. 6t이나 되는 성덕대왕신종이 장엄한 종소리를 울리고 첨성대 잔디광장과 경주 시내 봉황대 등 경주 곳곳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 예술, 장터마당도 펼쳐진다. 필자가 어린 시절, 버스를 타고라도 찾아갔던 그 '신라문화제'이다. 올해는 특히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경주시와 경주문화재단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였다. 잠시 경주에서 멀어졌던 모든 사람들에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보내는 10월의 초대장이다. "여러분, 경주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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