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10대들과 군인 출신 맹인 노인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호러 스릴러 영화이다.
수위 높은 잔인한 묘사 때문에 국내에 정식 개봉하지 못하고 DVD로 직행한 전작 '이블 데드'(2013)로 이미 국내 호러 팬들에게 유명세를 탄 우루과이 출신의 젊은 감독 페드 알바레즈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원제는 '숨 쉬지 마'(Don't Breath e)이다. '맨 인 더 다크'라고 바뀐 제목은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눈을 감은 사람을 가리킨다.
실제로 맹인인 자, 그리고 돈의 노예가 되어 어떠한 윤리적 감각도 없는 자들이 주인공이다. 정말 영화를 보면서 숨이 안 쉬어질 정도의 공포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잔인한 장면이 많은 게 아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서스펜스 상황으로 인해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느끼게 되는 공포와 경악은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인간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고 비참해진 약자들의 다툼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커진다.
암흑 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록키(제인 레비)와 알렉스(딜런 미네트), 머니(다니엘 조바토)는 도둑질을 계획한다. 세 명의 친구들 중 제일 절박한 사람은 친모와 양부로부터 학대받고 있으며 어린 동생과 탈출을 계획하고 있는 록키이다.
목표는 전직 군인인 맹인 노인(스티븐 랭)의 집이다. 그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시력을 잃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후 음주운전자로 인해 딸이 사망하게 되었는데, 가해자는 유유히 풀려난 대신 그는 거액의 보상금을 챙겼다. 노인이 잠든 사이 록키 일행이 돈을 훔치려는 순간 그가 깨어나고, 모든 불이 꺼진 집에서 맹인과 도둑들의 상황은 완전히 반전된다.
이야기 자체는 특별한 게 없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정상인인 도둑들은 허둥대고 맹인은 후각과 청각만으로도 유능하게 이들을 조여 간다. 쫓기는 도둑들의 시점에 일치된 카메라로 인해 관객은 폐쇄회로의 미로 공간 속에 갇힌 느낌을 받으며 바짝 긴장하게 된다. 낯선 외딴 공간이라는 배경, 눈은 보이지 않아도 잘 단련된 신체와 기술, 그리고 놀라울 정도의 괴력을 발휘하는 악당, 힘없고 정당성도 없는 허약한 주인공으로 이루어진 배경과 캐릭터, 그리고 호러 특유의 청각 장치, 캐릭터가 위치를 바꾸며 상황의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 구조 등 공포영화의 장르적 문법을 충실하면서도 영리하게 활용한다. 촉각성으로 공포를 유발하며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을 잘 끌어내는 영화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 대부분이 제도화, 구조화되어 있는 불안에 시달린다.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만이 풍요로울 수 있는 이 시대에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중하층을 이루는 대부분의 시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불행한 일로 딸을 잃은 노인은 가해자가 권력층이기 때문에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현실에 대해 어마어마한 분노와 슬픔을 쌓아간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고 불구가 되었지만 현실은 그를 극도의 외로움에 시달리는 비참한 곳으로 몰고 가서 방치한다. 분노, 절망,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노인은 악당이라 부르기도 미안할 지경으로 연민을 자아낸다. 그가 던지는 한마디 "이 세상에 신은 없다"는 절규는 정확하게 우리의 가슴을 찌른다.
도둑 3인방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해도 이 험한 세상을 벗어날 정도의 자본을 모으지 못하고, 더구나 부모를 포함한 어른 세대는 가련한 10대들을 착취하지 못해 안달이다. 구조화되어 있는 불안으로 인해 중하층민의 생명이 너덜거린다. 그리고 더욱 나쁜 것은 사회가 이들을 서로 싸우게 만든다는 점이다. 스스로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권력층은 하층민들의 싸움을 멀리서 지켜보며 분리 통치하고 있다.
불행한 노인이지만 딸에 대한 복수의 행동은 심히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그는 관객의 환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제 동등해졌다. 10대 도둑과 도덕적이지 못한 사적 복수의 화신 노인. 돈이 필요한 아이들과 가해자에 대한 복수가 목표인 노인은 결국 연대할 수 있을까. 결말은 충분히 논쟁거리이다.
그러나 돈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어서 만족스럽다. 도저히 편들어줄 수 없는 악당이지만, 그에 대한 연민을 거두지는 않겠다. 호러영화사에 길이 남을 매력적인 악당의 변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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