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개 숙인 건고추값 평년보다 30% 폭락

공판장 600g당 4,535원 거래, 농민들 "수확도 포기할 판"…재고 물량·중국산 영향

#1 예천에서 20여 년째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최모(63) 씨는 올해 고추값 폭락으로 고추를 수확할 엄두가 안 난다. 지난해 같으면 중간상인들이 서로 물건을 달라고 경쟁을 벌일 정도였지만 올해는 직접 상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져가라고 사정해도 "우리도 처치 곤란이다. 미안하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2 안동의 고추 도매상 윤모(58) 씨는 요즘 농가들로부터 고추를 가져가라는 전화에 일을 할 수가 없다. 창고에 쌓아둔 고추만 해도 한가득이라 수년째 거래하던 농민들의 요청을 거절할 때면 내년부터 고추 공급처를 잃을까 봐 걱정이다. 지난해 무리해서 창고 확장까지 했는데 고추 판매는 안 되고 창고를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 고추값이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달 30일 제6차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열고 건고추에 '경계경보'를 발령, 추가 수급대책 추진에 나섰다.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에 따르면 지난 7월 600g 1근당 상품기준 건고추 가격은 평균 4천450원으로 시작해 8월에 6천3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여 지난 7일 기준 평균 4천535원까지 떨어졌다. 9월 기준 평균 산지가격은 4천920원으로 전달과 전년 같은 달 대비 각각 6% 낮아졌다. 전년 대비 1만2천t의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는데도 지난해보다 10%, 평년보다 30% 더 떨어진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재고물량이 많은데다 중간 도매상들의 햇고추 매입 기피, 중국산 저가 고추 공급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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