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곳을 '핫 플레이스'라고 한다면 경산 영남대 정문 주변이야말로 그 정의에 딱 어울리는 곳이다. 무려 2천 채에 이르러 '한강 이남 최대 규모'라는 원룸촌을 배경으로, 매일 수만 명의 인파가 미로 같은 골목길을 가득 메운다. 더욱이 4년 전 대구도시철도 2호선 영남대역 개통 이후에는 대구 동쪽을 아우르는 상권으로 성장, 밤이 외로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피 끓는 청춘들은 모여라!
영남대 식품경제외식학과와 사회학과 학생 20명이 추천한 맛집 목록을 들고 영남대 정문 앞 상권을 이틀 동안 잠행했다. 하지만 첫날에는 그 규모조차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대략 축구장 5개를 합친 정도의 넓은 구역에 수백 개에 이르는 업소가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이곳 상권은 크게 '오렌지골목'을 기준으로 나뉜다. 대학로 59길이 정식 명칭인 오렌지골목 동쪽은 조영동, 서쪽은 대동이다. 영남대역 5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골목 입구를 알리는 대형 간판이 서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르막길이라 오렌지언덕으로도 불리는 이 골목은 1997년 외환위기 즈음에 상권이 본격 형성됐다. '오렌지'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인근 영재공인중개사사무소 현종권(46) 대표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상인들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당시 신세대 소비문화를 상징하던 '압구정동 오렌지족'에 착안, 골목 이름을 지었고 주류회사 협찬을 받아 홍보용 간판을 세웠다는 것이다.
◆주머니 걱정은 마세요
남북으로 200m 남짓한 오렌지골목 양쪽 옆으로는 주점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골목 이름에서처럼 '사치' '향락'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지갑 얇은 대학생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다 보니 저가형 체인점이 대세다. 모든 안주를 3천900원에 파는 업소도 있을 정도다.
특히 오렌지골목 동쪽 옆 블록인 청운1로에는 삼겹삽'치킨과 소주'막걸리를 파는 프랜차이즈 주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유행을 따라 메뉴는 수시로 바뀌지만 '고깃집 골목'으로 굳어졌다. 다만, 가격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수입산을 취급하는 집이 적지 않다.
대학가다운 틈새 업종도 눈에 띈다. 대학생들 사이에 '헌팅 술집'이라고 불리는 업소들은 남녀 학생들이 즉석 만남을 자주 갖는 곳이다. '룸식 주점'은 4~6명이 앉을 수 있는 칸막이로 나뉘어 있어 미팅 장소로 인기다. 오렌지골목보다 먼저 상권이 형성된 대동에는 '연륜'을 자랑하는 식당'카페 등이 많다.
◆'홍대 앞'처럼 뜰 수 있을까?
영남대역은 대구도시철도 환승역인 반월당역에서 도시철도로 30분쯤 걸린다. 밤늦은 시각까지 도시철도가 운행하는 만큼 대구 도심에서 나들이 가기에도 적당하다. 프로야구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있는 2호선 대공원역에서는 6정거장 떨어져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주점 대표는 "매장 임차료만 오르고 손님은 오히려 줄었다"며 "학생들이 시내까지 나가서 놀기 좋아진 탓"이라고 불평했다. 반면 한 식당 관계자는 "도시철도로 늘어난 유동인구를 무시할 수 없다"며 "졸업생들도 옛날 생각이 나서 왔다며 종종 찾는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취업준비생인 유동근 씨(영남대 사회학과 4학년)는 "대학생 등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개성이 돋보이는 업소들도 늘어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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