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으로 부풀어 오르는 최순실 씨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두 재단 의혹에 최 씨가 관여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달 20일 처음 나온 지 꼭 한 달 만이다.
야당이 최 씨를 '비선실세'로 규정하고 이번 의혹을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비화시키려 하자,기존의 무대응 전략에서 정면돌파로 방향을 튼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만약 어느 누구라도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최 씨가 K스포츠재단을 이용해 딸의 독일승마훈련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봐주지 말고 엄정히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또 "두 재단이 시작할 때 미비했던 부분들을 다듬고 숙고해서 문화와 어려운 체육인들을 위한 재단으로 거듭나서 더 이상의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엄정한 법적 조치를 강조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청와대가 '제기된 주장에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최 씨와 이들 재단 관련 의혹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 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와 학점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이들 모녀의 막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민 정서를 건드린 게 결정적 계기 중 하나였다.
그 결과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10월 3주차 주중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4.2%포인트 급락한 27.2%로 이 조사기관 조사로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을 수정하기 좋아했다','K스포츠재단 임직원채용 때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했다'는 등의 관련자 증언을 담은 언론 보도들로 이번의혹과 청와대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서 더는 사태를 묵과할 수 없게 됐다.
또한,정 씨의 승마훈련에 K스포츠재단 재단 자금이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구체적 비리정황이 없다'는 논리로 무대응 기조를 이어가기에는 한계에 봉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고심 끝에 참모진과의 논의를 거쳐 의혹을 털어내고 사태를정면돌파키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야당의 공세가 갈수록 격렬해지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번 의혹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북핵과 경제 위기 대처,노동개혁 등 국정과제 완수를위한 정치권 협조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최 씨 관련 의혹들이 실제로 박 대통령 본인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라기보다는 최 씨가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적인 이익을 챙긴 개인 비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드러내는 게 정공법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 씨가 호가호위하고 다닌 것"이라면서 "청와대에서 최 씨를 직접 본 사람은 없다.재작년 정윤회 씨,이번에 최 씨는모두 권력형 비리와는 무관한 실체없는 그림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참모도 "우리 정부에는 비선실세가 없다"면서 "엄정한 수사를 통해서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본다는 말씀"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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