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현(가명'6) 군은 낯은 가렸지만 생글생글 잘 웃었다. 어머니는 도현이에게 놀잇감을 쥐여 방으로 보냈다. 혹시라도 도현이가 어려운 형편 이야기를 듣고 상처를 받을까봐서였다. 넉넉하지 못했던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진 것은 2년 전 도현이가 아프면서부터다. 도현이가 네 살이 된 어느 날부터 코피를 자주 흘리고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큰 병은 아닐 거라 기대하고 찾아간 병원에서는 소아암의 일종인 '간모세포종'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도현이의 간을 악성 종양이 뒤덮은 것이었다. "이미 병이 많이 진행돼 오래 살 수 없다고 했을 땐 정말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러나 도현이는 지금 웃는 얼굴로 엄마 곁에 있다. 1차 약물치료를 도현이가 잘 견뎌줬고 지난해 7월 손상된 간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덕분이다. 간 치료는 종결됐고 앞으로 5년 동안 재발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일이 남았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니까 오히려 어른들보다 병을 잘 견딘다고 하더라고요. 잘 견뎌준 도현이가 고마울 뿐입니다."
◆장사로 안은 빚, 도현이 병으로 늘어
"다섯 식구가 33㎡ 남짓한 집에 사는 걸 보면 저희 사정을 대충 아실 거예요." 집 안에는 옷가지와 TV, 냉장고, 선풍기 등 기본적인 가전제품이 전부, 다섯 식구의 살림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단출했다. 15만원인 월세도 1년간 내지 못해 보증금에서 제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사업이 잘 풀리지 않은 것이 타격이 컸다. 7년 전 시작한 횟집이 3년 만에 문을 닫으면서 빚만 잔뜩 남았다. 이후 도현이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을, 어머니는 식당일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잇다가 두 사람 모두 병을 얻었다. 어머니는 오른팔의 인대가 망가져 종이 한 장을 집기도 어려워져 더는 식당일을 할 수 없다.
2개월 전부터 협심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는 계속 일을 나가고 있다. 몇 발자국만 걸어도 100m를 전력 질주한 것처럼 숨이 차지만 일을 쉴 수 없다. 다달이 드는 생활비만 200만원이 넘고 가게를 운영하면서 진 빚에다 도현이를 치료하면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빚이 5천만원이 넘어가자 어머니는 결국 파산신청을 했다. 일주일 전 도현이의 할아버지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시면서 도현이네는 '마음의 빚'까지 졌다. "6개월 전 갑자기 시아버지께 병이 찾아왔는데 저희 형편상 도와드릴 수가 없었어요. 제대로 손을 써보지도 못한 게 어찌나 가슴의 한으로 남는지…."
◆학원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
도현이에게는 형과 누나가 있다. 어머니가 2년 가까이 도현이 간호에만 몰두하면서 두 아이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지금도 삼 남매가 갖고 싶은 것을 말하면 "나중에…"라며 달랠 수밖에 없다. 가끔은 아픈 도현이가 안쓰러워 뭐라도 사줄라치면 첫째인 형은 의젓하게 양보하지만 누나는 속상해하며 눈물을 쏟는다. "두 아이가 내색은 안 해도 막내만큼 관심을 받지 못해 섭섭해하죠. 엄마로서 죄책감을 느껴요."
초등학생인 첫째와 둘째는 학원에 다니지 못한다. 학원비가 밀려 다니던 학원을 그만뒀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 첫째와 둘째는 학교에서 숙제를 한다. 특히 둘째는 공부를 잘하고 욕심도 있어 학원에 다니는 반 친구들을 따라잡으려고 혼자 공부하느라 애를 쓴다. 얼마 전 학습지라도 시켜달라고 조르는 둘째에게 어머니는 또다시 "나중에…"라고 애써 말을 돌렸다. 둘째는 밤새 펑펑 울었다. 너무 일찍 철이 든 첫째는 스스로 꿈을 포기했다. 그림을 곧잘 그려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학교에서 종종 상을 타오던 첫째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림을 계속 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아예 꿈을 접더군요. 이젠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입도 안 떨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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