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십니까? 국민의 복장 터지는 소리가. 보이십니까?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 행렬이. 포털 사이트에는 연일 '탄핵'과 '하야'라는 단어가 검색어에 오르고 있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만 급급해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하나둘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자랑스럽던 나의 조국이 부끄러워 고개조차 들 수 없다는 사실에 원통하고, 분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 나라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을 어찌 대통령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보다 철저히 검증하지 못하고 좀 더 신중히 고민하지 않고 쉽게 선택해버린 우리의 잘못도 있겠지요. 수치심도 제 몫이고 원망도 제 몫입니다. 다시는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차기 대통령을 준비하는 당신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첫째, 국민 두려운 줄 아십시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배신감을 느낀 국민의 반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국정 일부를 엉뚱한 민간인에게 의지한 것도 화가 나는데 사과마저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이미 마비된 정부와 무능한 정치권이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 격앙된 민심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상상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정몽준 당시 서울시장 후보 아들의 말처럼 우리 국민이 미개하다 생각하십니까?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말처럼 우리 국민이 개, 돼지로 보이십니까? 이러다 말겠지 생각하십니까? 우리 민초들을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은 "국가는 백성에 의지하니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요 군주의 하늘"이라고 했습니다. 백성을 중심에 두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드십시오. 당신을 지금부터 철저하게 검증하고, 하나하나 따져보고, 찬찬히 지켜보겠습니다.
둘째, 대통령으로서의 철학을 분명히 하십시오. 지도층의 철학 부재는 사회 혼란을 야기합니다. 지도자로서 굳건한 철학이 없다면 장막 뒤의 누군가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오늘날의 이 사태를 국민들은 또 겪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사상의 표현이고 철학의 표현이라 했습니다. 가치와 전략, 철학이 담긴 말을 쓸 줄 알아야 지도자가 되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SNS에 대통령의 번역기가 등장하고, '베이비토크'라는 조소가 전직 참모에게서 나올 때 지도층로서의 자질을 의심해봐야 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대면보고마저도 기피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때 다시 한 번 검증해야 했습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당신은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듣고 꼼꼼히 분석하겠습니다.
셋째, 차기 대선의 화두는 '수저론'입니다. 이번 사태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특혜 의혹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밤을 꼬박 새워가며 과제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렸습니다. "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정 씨의 SNS 글은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평범한 무수저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우리 청년들의 기를 다시 살려주십시오. 청년들이 이 나라에 실망해 조국을 등지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없습니다. 헬조선이 아닌 헤븐 조선을 꿈꾸며 흙수저도 노력하면 금수저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
대통령이라는 한 자리가 얼마나 중한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갖춘 당신이 올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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