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배우 박보검

"다른 분들께 피해 줄까봐, 대중교통 못 타게 됐어요"

배우 박보검과 김유정이 이루지 못할 사랑에 아파하는 두 사람을 연기한다고? 처음 두 사람이 KBS 2TV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으로 호흡을 맞춘다고 했을 때 물음표를 머릿속에 떠올린 사람이 많았다. 박보검이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순하지만 승리를 향한 진념 강한 바둑기사 택이를 맡아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긴 했으나, 조선시대 세자를 맡아 이루지 못할 사랑에 아파한다는 역할은 안 어울릴 것 같았다. 김유정 또한 아역 시절부터 쌓아온 이미지를 봤을 때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으로 나서는 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시선이 꽤 있었다. 그런 편견은 드라마가 전파를 탄 순간 깨졌다.

특히 박보검은 "불허한다"와 "내 사람이다" 등 임팩트 강한 대사로 팬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했다. 보듬어 주고 싶으면서도 강단 있는 눈빛으로 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만큼의 인기다. 박보검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겸손해했다. 그는 송중기 뒤를 이어도 충분하다는 말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송중기 선배와 같은 회사에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라고 쑥스러워했다.

"사실 이런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요. 저는 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손 인사 한 번이라도 건네고 싶은데 팬들이 많아지면서 눈 마주치며 한 분 한 분 인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죠. 내 뜻과는 상관없이 피해를 드리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구르미' 흥행 공약으로 실천한 경복궁 흥례문 팬 사인회에 몰린 엄청난 인파를 언급하며 박보검은 이같이 말했다. 여러 사람이 몰려 질서 유지가 안 됐고,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불편해진 점도 있다. 그간 탈 없이 이용하던 대중교통을 못 타게 됐다. "제가 타면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도 그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이후에도 가능하기만 하면 조용히 이용하고 싶어요. 하지만 사고가 날지도 몰라서…."

'응팔'로 먼저 사랑을 받은 박보검은 '구르미'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돼 설렘과 기대감으로 촬영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점점 커졌다"고 회상했다. 특히 세자 이영에 대한 확신이 안 들었다. "내가 뭘 해도 이영 같지 않고 확신이 안 들고 나 자신도 중심이 안 잡히더라고요.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 작가님과 자주 만나 대사를 맞춰보며 이영과 가까워지도록 노력했죠. 그래서인지 곤룡포를 입을 때는 벅찬 느낌이 있더라고요. 아쉬움도 크고, 부족함을 느낀 것도 많았어요."

홍삼놈이자 홍라온이었던 김유정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유정이가 사극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부분이나 놓치는 부분을 잘 이야기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유정이랑 같이 연기 호흡을 하면서 눈만 봐도 감정 교류가 잘됐어요. 감정 연기가 뛰어난 친구이기도 하더라고요. 삼놈이에 대한, 또 이영에 대한 큰 그림을 보던데 나무도 보지만 숲을 볼 줄 알았죠. 공부가 많이 됐어요. 삼놈이는 뭔가 토닥여주고 위로해주고 싶은 캐릭터였는데 오히려 그 친구가 절 토닥거려줘서 고마웠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잘 표현해줬죠.(웃음)"

박보검에게는 "착하다"는 평가도 항상 따라다닌다. 그는 "'착하다는 얘길 들어야지'라는 마음으로 행동한다면 나쁜 것이고 부담이 되기도 할 텐데 24년 동안 난 나대로 살아왔다"며 "나대로 지금처럼 정직하고 떳떳하며 당당하게 사는 게 내 삶의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이미지와 다른 역할을 맡았을 때 '박보검이 저런 역할도 할 줄 알아?'라는 평가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걸 잘해내는 건 숙제겠지만"이라고 개의치 않아 했다.

사진 유용석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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