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거짓말, 獨 산업에 악영향
박 대통령은 국민 기만해 위기 초래
정직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 추락
마케팅 교과서에 사례로 추가될 듯
지난해 9월 독일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규제가 강한 미국의 수출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매연 저감소프트웨어를 조작해서 매연 측정 시에만 낮은 수치가 나오도록 눈속임을 한 것으로 밝혀져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일명 '디젤 게이트'(Diesel Gate)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그동안 쌓아 온 신뢰와 정직의 독일 차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먹칠을 했고 폭스바겐의 '클린 디젤'의 꿈은 이 거짓말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졌다.
폭스바겐은 이 불법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차량을 전 세계에 1천100만 대나 판매했기에 미국시장에서 제타, 비틀, 골프, 파사트, 아우디 A3 등 2008년 이후 생산된 디젤차량 48만2천 대를 리콜하고 최고 18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이 거짓말 사건으로 인한 부담이 천문학적이다.
1937년 베를린에서 창업한 폭스바겐은 아우디, 벤틀리, 포르셰, 람보르기니 등 일류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거대 자동차그룹이자 독일의 국민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폭스바겐의 속임수가 고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그 행위가 심각한 범죄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독일 산업 전반에 걸쳐 신뢰성 추락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이 거짓말의 대가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기업의 거짓말 범죄 행위는 의사결정권을 지닌 경영진이나 전문 기술자만이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좀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거짓말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고 회복 불능 상태가 돼 결국 기업은 파산의 길로 접어들고 만다.
최근 온 나라 온 국민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사건'은 한마디로 정직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이 기본 원인이 되었다. 9월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런 비상시기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직접 비선 실세 의혹을 부인하였으나, 두 번에 걸친 사과를 통해 이 발언은 거짓말로 판명되었고, 이로 인해 사태 수습은 더욱 어려워졌다.
박 대통령은 이번 '최순실 사건'이 확대 보도될 때까지 개인적 인간관계에서 파생된 사소한 일로 호도하고 덮어버리면서 국민을 기만했다. 사태가 확대되고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박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대국민 사과를 두 차례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진정성이 없는 미흡한 사과 담화'로 받아들였다.
필자는 마케팅의 기법 중 하나인 USP (Unique Selling Point), 즉 '고유판매제안'을 박 대통령에게 적용해 보았다. 이 기법에서는 상품을 마케팅함에 있어서 ▷소비 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암시(제안)하고 ▷그 제안(암시)은 경쟁사들이 할 수 없는 고유한 것이라야 하며 ▷많은 소비자들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갖는 제안이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요소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 당시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구호 아래, 엘리자베스 1세 영국 여왕을 롤모델로 내세웠다. 위기의 연속인 삶 속에서 한국 정치에 구원투수를 자임해 위기 극복, 신뢰, 국민통합의 리더십으로 대중에게 호소했다.
투표를 앞둔 마지막 선거유세에서 "저는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다. 오로지 국민 여러분이 제 가족이고 국민의 행복만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는 감동적인 연설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박 대통령의 제안과 혜택은 고유했고 강력했다.
그러나 지금의 박 대통령에게 민심은 등을 돌렸다. 그것도 10명 중 9명이 머리와 마음속에서 박근혜라는 이름을 지워가고 있다. 지난 선거 기간에 출연했던 TV토론에서 현실적인 감각과 경륜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것을 많은 유권자들이 느꼈으나, 그래도 '정직'과 '신뢰'라는 USP를 확신하고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서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었다.
세계 주요 10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박근혜, 그도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처럼 추락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을 살릴 길이 무엇인지 숙고할 때이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정직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의 추락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마케팅 교과서에 추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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