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사교육 사각지대 중학생에
대학생 선생님들이 100% 재능기부
대구 2013년부터 3개 교육장 개설
일주일에 4회 '맨투맨' 수학 수업
중학교 2학년 재희(가명)는 지금까지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혼자서 공부해도 초등학교 때는 줄곧 우수한 성적을 냈지만, 중학교에 와서는 수학과 영어 과목에서 한계를 보였다. 위로 대학생, 고등학생 오빠가 있는 상황에서 엄마 혼자서 버는 빠듯한 살림이라 학원 수강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 재희가 학원 삼아 공부를 하러 가는 곳이 있다. 작년 여름방학부터 매주 수, 토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다니는 이곳에서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수학 공부를 가르쳐준다. 이 덕분에 재희는 수학 성적이 1학년 때 60점대에 머물렀으나 지난 중간, 기말고사에서 96점, 100점을 받아 학교 선생님을 놀라게 했다. 현재 재희는 수학을 비롯한 모든 과목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함으로써 반 2등, 전교 9등의 성적으로 장차 사회복지 공무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일 토요일 오후, 대구 서구청 4층에 마련된 강의실엔 중학생들이 칠판 앞에서 도형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대학생 선생님을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아이들 옆 자리엔 다른 선생님이 함께 앉아 문제풀이를 돕고 있다. 이들 선생님은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하 배나사) 소속 대학생이다.
◆ "공부에 대한 자신감 찾아 꿈 실현하길"
배나사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2007년 설립한 교육봉사 단체다. 당초엔 기초학력 부족으로 공교육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사교육을 받기 힘든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충족시키고자 만들었으나,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와 결연한 지역의 학생들 모두에게 열려 있는 학습 공간이다.
배나사는 서울, 부산 등 전국 10여 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013년 처음 개설된 대구교육장은 서구, 동구, 북구 등 3곳이 있다. 대구 서구 교육장의 경우 평리중, 서부중, 경상여중, 대구일중의 1, 2학년 학생 14명이 등록되어 있으며 자원봉사 교사는 모두 23명이다. 매주 2개 학년 4번의 수업에 평균 5, 6명의 교사가 참여해 거의 '맨투맨' 식으로 학생들의 공부를 담당하고 있다.
배나사는 수학 과목 학습만 집중하고 있다. 허수경(영남대 경제금융학부 4학년) 대구교육장 본부장은 "중학생들이 수학 과목을 놓침으로써 전체 교과 공부가 무너지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아이들에게 수학에서 자신감을 찾도록 해 학업 성취를 이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배나사는 자체 수학 교재를 만들어 전체 교육장 수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에 맞춰 단원을 구성하고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개념을 알려준다. 교재 머리말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너희를 위해 헌신하는 선생님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너희들이 공부에 자신감을 얻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것이다."
◆"대구의 동생들은 형님이 책임진다"
배나사에 참여하는 교사는 대부분 대학생으로 100% 재능기부 자원봉사다. 차비 한 푼 받지 않고 봉사 시간 인증서가 대가의 전부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대학생들은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봉사의 순수한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배나사 활동 2년째인 남상기(영남대 도시공학과 4학년) 씨는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겨우 봉사 몇 시간 더 한다고 해서 취업 준비에 영향을 받는다면 나의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육봉사의 대열엔 직장인들도 있었다. 멀리 KAIST에 다니는 한 대학원생은 주말에 대구로 와서 수업에 참여한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 '불편한 경험'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랐다.
성서산단에서 제철설비 업무를 한다는 이창용(29) 씨는 "고등학교 다닐 때 학원비가 없어 학원 잡무를 거들면서 청강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균등한 교육 분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주말 교육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서구교육장 대표교사인 이호성(경북대 기계공학부 3학년) 씨는 "나 또한 중'고등학교 다닐 때 교재를 충분히 살 수 없어 EBS 교재만 가지고 공부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르침을 전해주고 싶다"면서 "장차 아이들도 배나사에서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는 '나눔의 선순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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