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승기] '혼다 올 뉴 파일럿' 3.5L…밟는 즉시 반응, 코너링 할 때도 불안감 못

차로 유지·크루즈 컨트롤 적용…자율주행 효과, 운전 피로 덜어

2016 혼다 올 뉴 파일럿은 8명까지 탈 수 있는 실내 좌석과 넓은 트렁크 공간, 탄탄한 주행능력,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한 엔진음, 각종 안전장치 등을 갖췄다. KCC모터스 제공
2016 혼다 올 뉴 파일럿은 8명까지 탈 수 있는 실내 좌석과 넓은 트렁크 공간, 탄탄한 주행능력,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한 엔진음, 각종 안전장치 등을 갖췄다. KCC모터스 제공

4인 이하 소규모 가족을 겨냥한 소형 SUV(Sports Utility Vehicle)가 그야말로 판을 친다. 그럼에도 대형 SUV는 다인승, 대용량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캠핑족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포드의 익스플로러가 널리 알려져 있는 가운데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인 주행감을 갖춘 혼다의 파일럿이 익스플로러의 뒤를 쫓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한 '2016 혼다 올 뉴 파일럿'은 전 세대에 비해 외관이 세련되게 바뀌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실내 공간이 작은 방과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크다는 것이다.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의 수납공간은 깊고 넓어서 태블릿 컴퓨터나 노트북을 넣을 수 있을 정도다. 1'2열, 2'3열 사이 레그룸은 키 175㎝의 성인 남성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간격이 넉넉하다. 뒷사람을 배려해 의자를 앞뒤로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2열 레그룸에는 바닥 가운데가 위로 툭 튀어나오지 않은 플랫 플로어(평평한 바닥)가 적용돼 3명이 타도 불편함이 없다. 3열에 탈 때는 별도의 도어가 없는 대신 2열 시트 밑에 있는 원터치 버튼을 눌러 등받이를 접고 앞으로 당기면 통로가 생긴다. 또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앞으로 평평하게 접으면 이곳에 매트 하나를 까는 것만으로 차숙(차에서 자는 일)을 할 수 있는 침대형 공간이 된다.

트렁크 공간 역시 자전거와 텐트, 조리기구와 식재료를 모두 실어도 넉넉한 크기다. 높이가 높은 물건을 실을 때는 적재함 바닥 덮개를 열어 아래에 숨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젖었거나 오물이 묻은 물건을 실으려면 카펫 부분이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덮개를 뒤집어쓸 수도 있도록 했다.

14일 대구 수성구 중동 KCC모터스 혼다 대구 전시장에서 2016 혼다 올 뉴 파일럿 3.5ℓ 모델을 타고 신천대로~동대구나들목~청도나들목을 거쳐 국도로 경산~수성구 대구스타디움~동구 효목네거리~엠비씨네거리~수성구 중동에 이르는 거리를 1시간 20분 동안 달렸다.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조용한 엔진 소리가 울렸다. 가솔린차 특유의 정숙성이 느껴졌다. 파일럿에 탑재된 3.5ℓ 직접 분사식 i-VTEC 가솔린 엔진은 혼다의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Earth Dream Technology) 기술이 적용돼 최고출력 284마력(6천rpm), 최대토크 36.2㎏'m(4천700rpm)을 발휘한다. 여기에 전자제어식 자동 6단 변속기가 적용됐고, 4바퀴를 모두 구동하는 방식이다.

몸집이 큰 만큼 연비 효율을 챙기기 위한 기술도 적용됐다. 운전 조건에 따라 기통 모드를 변환하는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이 적용된 덕분에 복합연비가 ℓ당 8.9㎞에 이른다. 실제로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ℓ당 10㎞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다만 고속 주행이 아닌 도심 주행 때는 연비 운전을 잠시라도 놓치면 낮은 연비로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큰 차체를 했음에도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반응해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금세 속력을 높였다. 초반 가속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누가 밀거나 당기지 않아도 스스로 속력을 내는 느낌이다. 혼다 측에 따르면 이 차는 초반 기어비가 상당히 촘촘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기어비가 넓어져 마찰과 동력 손실, 변속 충격을 최소화했다.

혼다 특유의 조향장치 기술은 코너링을 할 때도 의외로 민첩한 반응을 보여줬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코너에서도 든든하게 버텨줘 운전 중 불안감을 느낄 새가 거의 없었다. 혼다 파일럿에는 코너를 돌아나갈 때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주는 핸들링 보조 시스템 AHA(Agile Handling Assist)가 적용됐다.

투박하기 그지없던 전 세대 파일럿에는 전혀 없었던 각종 안전장치들도 이번 세대 파일럿에는 속속 도입됐다.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 등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해 주고 내외부 요인에 의한 사고를 미연에 막아 준다.

실제로 파일럿은 고속주행 중 앞에 다른 차가 끼어들었을 때 계기판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경고 문구를 띄우는 동시에 차가 스스로 감속을 했다. 또 차로 유지 기능과 크루즈 컨트롤을 함께 적용했을 때는 핸들에 손만 대고 있으면 자율주행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어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 줬다. 우측 차로로 이동하고자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면 센터페시아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차량 우측 상황을 실시간 촬영하는 '레인워치' 영상이 보여 우측 사이드미러까지 시선을 옮기지 않아도 됐다.

파일럿은 이런 안전 기술로 2016년 미국 고속도로보험협회(IIHS) 충돌 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를 받았다.

기어 레버 아래쪽에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다. 지형관리 시스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일반'눈길'진흙길'모랫길 등 총 4가지 모드다. 모드를 바꾸자마자 더욱 기민하고 힘 좋게 달려나가는 모습이 SUV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듯했다. 포장도로 중심으로 제한된 시승 코스 특성상 오프로드를 달려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형 SUV의 존재 의미는 많은 사람과 짐을 태우거나 실으면서도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파일럿은 이런 가치를 충족한다. 가격은 5천4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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