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임금은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한다.' '여자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자 대통령을 보라.'
앞은 무려 1천300여 년 전인 647년 신라 선덕여왕 시절에 나왔다. 뒤는 2016년 10월부터 한국의 몇몇 방송에 보도되거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퍼진 소문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 이들 둘 사이에는 고금(古今)의 시공을 뛰어넘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공격 대상이 여성이고 모두 당대 최고의 지위에 오른 인물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첫 여성 임금과 첫 여성 대통령을 낮춰 보고 깎아내리려는 비하의 어투다.
앞은 선덕여왕 통치에 반발해 647년 1월 모반한 '상대등'(上大等)이란 신라 최고 벼슬의 비담과 귀족 출신 추정의 염종 등 반란 세력이 내세운 명분(女主不能善理)이다. 이는 삼국사기에 기록돼 전하는 반란군 구호다. 뒤는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상대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향해 10월 29일 연설에서 한 말로 알려졌지만 거짓으로 판명난 헛소문이다. 누군가 재미삼아 만들어낸 말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유포된 거짓말인 셈이다.
이렇게 같고 다른 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최고 여성 지도자가 현직에 있는 동안 비하의 대상이 된 점은 같다. 특히 거짓말이긴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하의 정도가 심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선덕여왕은 김유신과 김춘추 같은 충성스러운 지원 세력에 의해 반란을 진압하고 왕위를 순조롭게 물려주는 등 왕정의 마지막을 '잘 다스린' 반면 박 대통령은 그렇지 못해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속의 박 대통령은 되레 고립무원이어서 대조적이다.
바로 최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과 같은 내각과 청와대 방어막의 이탈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정부 인사의 이탈은 박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임이 분명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의혹을 제대로 밝히기 위한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혼란한 국정을 다잡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미뤄져서다. 역사 속 반란군이 내세운 명분과 달리 오늘날의 거짓 소문이 자칫 뒷날 진실로 기록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선덕여왕이 '국인'(國人)이라는 '나라 사람'에 의해 첫 여왕이 됐듯이 박 대통령도 절반 넘는 '국인'의 지지로 첫 여성 통치자가 됐다. 하지만 빛이 스러지는 통치 막판에 일어난 반란을 힘으로 다스린 여왕과 달리 박 대통령은 이 혼란을 어떻게 제대로 수습할까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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