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대구 겨울 연극축제'가 30일(수)부터 12월 11일(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다. 4편의 기 발표 연극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며 '겨울'이라는 비유의 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도출해본다.
#다문화 가족 냉소적 시선
▶소외의 겨울: 극단 백치들 '니 애비의 볼레로'(30일, 12월 1일 오후 7시 30분)
올해 초 첫 공연된 후 대구, 서울, 밀양 등 전국 무대에 끊임없이 오르고 있는 화제의 작품이다. 작가 김세한이 쓴 극본이 2016년 윤대성 희곡상을, 이를 연극화한 극단 백치들의 연극이 제16회 밀양여름연극축제 젊은연출가전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필리핀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혼혈)와 그 가족이 등장한다. 시간이 흘러 이 코피노도 딸과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됐다. 어느 날 장녀 설란이 배가 만삭인 채로 대구의 고향집을 찾는다. 설란은 한 인도 남자를 자신의 반려자라며 소개한다. 아버지는 수십 년 전 자신이 한국 사람들로부터 받은 반응을 그대로 인도 남자에게 쏟아낸다. '우리'라는 테두리 속 사람들이 그 바깥의 사람들에게 던지는 냉소적인 시선과 사회적 폭력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안민열 극단 백치들 대표가 연출했다.
#농촌 절박한 현실 풍자
▶현대사회의 겨울: 극단 처용 '삼도봉 미스터리'(12월 3, 4일 오후 4시)
2009년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된 작품이며 지난해 10월 대구에서도 공연됐다. 삼도봉은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가 만나는 어느 농촌 지역이다. 이곳에서 토막 난 시체 한 구가 발견되고 농민 4명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미궁 같은 살인 사건에 대한 배꼽 잡는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농촌의 절박한 현실이 무대와 객석에 그림자처럼 드리운다. 쌀 수입 문제, 노총각 결혼 문제, 재난재해 보상 문제 등 정말로 삼도 모두 공유하는 농촌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농촌 현실에 대한 풍자 및 비판의 칼을 수사과정 중 터지는 폭소의 칼집에 숨긴 수준 높은 코미디극이다. 극본은 김신후 작가가 썼고, 연출은 성석배 극단 처용 대표가 맡았다.
#막사발 도공 철학 재조명
▶역사의 겨울: 극단 한울림 '사발, 이도다완'(12월 7, 8일 오후 7시 30분)
극단 한울림의 레퍼토리 작품이다. 지난해 4월 창작 초연한 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나 연극이 보통 임진왜란이라는 역사를 다룰 때 정쟁 혹은 전쟁을 소재로 삼기 마련이지만, 극단 한울림은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막사발'에 주목했다. 당시 일본에 빼앗긴 우리 도자기 기술과 도공들의 인생 및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묵묵히 자기장을 지키는 늙은 도공과 막사발을 몰래 일본에 팔아넘기는 제자가 등장한다. 이들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우리 역사 속 막사발을 재조명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극단 한울림 단원 김하나가 극본을,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가 연출을 담당했다.
#남녀 유학생 식민지성
▶내면의 겨울: 극단 골목길 '만주전선'(12월 10, 11일 오후 4시)
한국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내면의 식민지성에 대해 고찰해보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가 막바지로 다다른 1940년 만주를 배경으로 조선의 남녀 유학생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역사 이야기에서 봤던 독립운동가들이 아니다. 일본인에 동화되기를 열망하며 조국을 멸시한다.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릴 수 있는 만주국 고위관리가 돼 일본인처럼 살고 싶어한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오버랩되는 것은 서구를 동경하는 현대 한국인의 초상이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박근형 연출은 빠른 전개와 효과적인 극적 리듬으로 조율했다. 주제의 무거움은 덜고 전달력은 높였다. 박근형은 이 작품의 대본도 썼다.
'인 대구 겨울 연극축제'를 구성한 김미정 예술감독(극단 구리거울 대표)은 "겨울은 생명력을 상실한 죽음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봄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며 이번 행사의 콘셉트를 겨울로 잡은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편수는 많지 않지만 시사, 코미디, 역사 등 여러 장르를 다루고 시대적 배경도 임진왜란 때부터 현대까지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모두 대중성, 예술성, 그리고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석 1만5천원. 053)606-613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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