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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世事萬語] 대통령의 달콤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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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SF소설이 있다. 황당한 상상력과 유머, 철학적 풍자가 많아 '범우주적 농담'이라고까지 불리는 걸작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은하계 대통령의 행동이 생뚱맞다. 그가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한 서류 때문에 지구가 철거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소설은 대통령의 업무에 대해 기상천외한 '썰'을 푼다. '대통령의 업무는 사람들의 관심을 권력으로부터 돌리는 일'이라는 식이다. 대통령은 얼굴마담일 뿐이라는 풍자인데, 소설에서 나올 법한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 대통령은 꼭두각시였고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했다. 욕하면서 본다는 그 어떤 막장 드라마도 이만큼 막장스럽지 않았다.

성격 형성 시기를 고스란히 영애(令愛)로 보낸 박근혜의 꿈은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꿈을 이루고 나면 허무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이고도 투철한 사명의식이 없다면 청와대 생활이 따분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골치 아픈' 국정은 비선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다른 재미를 탐닉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생겨나고 있다.

국민은 나라 걱정에 밤잠 설치는 요즘인데,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잠이 보약"이라며 의외로 잘 주무셨던 것 같다. 관저에서 박 대통령은 요즘 무슨 꿈을 꾸었을까. 2005년 개봉한 한국영화 '달콤한 인생' 도입부에는 이런 선문답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9일 있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떠넘겼다. 애당초 박 대통령은 역사에 이름이 남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꿈꿨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에는 탄핵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임기를 거의 다 마칠 수 있거나 그 사이 여론이 호전될 수도 있으리라는 바람을 가졌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달콤하지만 이뤄질 수 없기에 슬픈 꿈일 뿐이다. 민심으로부터 이미 탄핵당한 대통령의 서글픈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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