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심장 질환 앓는 나비드 아메드 씨

종교 갈등 피해 온 이방인 심장병 '겹고통'

심장비대증으로 판막이 파열돼 수술을 받은 나비드 아메드(가명) 씨와 그를 간호하며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의 아내. 사진 우태욱 기자
심장비대증으로 판막이 파열돼 수술을 받은 나비드 아메드(가명) 씨와 그를 간호하며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의 아내. 사진 우태욱 기자

파키스탄 출신의 나비드 아메드(가명'40) 씨는 6년 전 어렵사리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가 한국행을 택한 건 생명의 위협을 느낀 탓이었다. 나비드 씨는 "이슬람국가에서 크리스천으로 사는 것은 목숨을 내놔야 하는 일"이라며 "크리스천이 폭행이나 죽임을 당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고 했다.

나비드 씨는 고향에서 교회 목사를 도와 사회복지사업을 했다.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지난 2008년 한 동네에 교회를 세우려다 무슬림단체의 반발을 샀다. 교회에서 밤새 일을 하고 집으로 향하던 어느 날, 무슬림들은 단체로 나비드 씨를 습격했다. 그들은 나비드 씨를 향해 흉기를 휘두르고 쓰러뜨린 뒤 마구 때렸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인적이 드문 장소에 쓰러져 있었다.

"제가 죽은 줄 알고 갖다버렸더군요. 겨우 집에 돌아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나비드 씨는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국을 떠났다. 그래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고향에는 제 모든 것이 남아 있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살아 있지 않습니까. 그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고향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어요."

◆난민 인정 까마득한데, 심장마저 고장 나

나비드 씨는 지난 2010년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난민 신청을 했다. 한국에서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기다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불인정'이었다. 파키스탄이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무슬림 통역사가 그의 말을 전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 통역을 한 탓이었다. 그는 지난 4월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의신청을 하고 재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그에게 최근 또 한 차례 시련이 닥쳤다. 심장비대증을 안고 태어난 심장이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3개월 전부터 갑자기 심장 통증이 찾아왔다. 급기야 한 달 전에는 심부전으로 호흡 곤란을 겪었고, 배가 부풀고 온몸이 퉁퉁 부어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우측 심장이 너무 커지면서 심장 판막이 늘어나 파열된 상황이었다. 나비드씨는 8시간에 걸쳐 파열된 판막을 복원하는 판막성형술을 받았다.

큰 수술을 받았지만 나비드 씨는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1주일 만에 퇴원했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드레 동안 병원 신세를 졌고, 병원비는 2천만원을 넘었다. "병원비를 내야 하는데 모아둔 돈이 없어요. 빨리 나아서 돈을 벌어야 병원비를 갚을 수 있는데 의사는 5, 6개월 동안은 일을 쉬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나비드 씨는 월세방 보증금 150만원을 빼서라도 병원비를 갚을 생각이다. "집에서 쫓겨나겠지만 교회에서 살면 돼요. 지금은 나를 낫게 해준 병원에 신세를 갚는 것이 우선입니다."

◆집안의 대들보 "내가 얼른 나아야…"

아픈 나비드 씨는 어깨가 무겁다. 그가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섬유공장에서 일하면서 받은 월급 170만원 중 대부분은 파키스탄에 있는 형과 누나에게 부쳤다. 파키스탄에서 크리스천으로 핍박받으며 번듯한 직장조차 구할 수 없는 가족을 도울 사람은 나비드 씨뿐이기 때문이다.

나비드 씨의 아내는 지난 9월 한국으로 들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아내를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쓴 돈만 해도 수백만원이다. "한국에 오려면 브로커를 통해야 하는데 그들은 많은 돈을 요구합니다. 100만~200만원은 기본입니다." 어학연수 목적으로 비자를 받은 아내는 법적으로 일할 수 없다. 한 신학대학교 어학당을 다니는 아내의 뒷바라지도 온전히 나비드 씨의 몫인 셈이다. "그러니까 제가 얼른 나아야 해요. 제가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 가족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가난한 가족, 성치 않은 몸, 앞으로의 생계 등 걱정거리는 많지만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비드 씨는 "신앙의 힘"이라고 했다. 그의 꿈은 부인이 신학대를 졸업하고 목사가 될 때까지 옆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제게 신앙은 목숨을 걸고 지켜낸 신념입니다. 이젠 아내의 신앙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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