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되었다. 국민들의 여망에 따른 사필귀정이라 하지만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었던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척 무겁고 착잡하다. 이제 헌재의 결정까지 대통령의 모든 권한과 대통령직의 수행이 중단되었다.
빛을 이기는 어둠은 없다며 절제된 촛불집회로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이끈 힘은 오롯이 국민이었다. 수백만 군중이 보여준 분노의 표출과 비폭력의 저항정신! 그 힘이 얼마나 두렵고 무겁게 작동되는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봤다. 5천만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헌법 정신의 구현을 우리 모두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작금의 촛불집회의 분노는 헌정질서 파괴 행위와 국격 훼손에 따른 민주주의의 분노였다. 최순실을 비롯한 비선 실세와 부역 세력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사회적 상식과 정의 수호의 분노였다.
오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 스스로를 자성해 본다. 한 명의 불행한 대통령과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할 때 나는 과연 "아니오"라고 말했던가. 1년 남은 대선의 정치적 이해를 따져가며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던가.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되도록 방조했거나 외면한 집권여당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지역 정치구도에 매몰되어 내 이익만 추구하지 않았는가.
돌이켜보면, 우리 TK는 그동안 박 대통령과 30년 영남 보수정권에게 언제나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입장에서 맹신하며 살아왔다. 보수정당 일당 독점체제를 고착시켜 정치적 다양성을 말살시켰다.
대구의 섬유,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산업으로 이 땅의 가난을 물리친 주역이라는 과거의 허상에 자족하며 살아왔다. 다섯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 정치의 주류였다는 오만은 또 얼마나 높았던가? 이런 상대적 우월의식과 배타적인 권력 지향성이 문제였다. 보수정권의 권력 독점구조에 취해 지역 전체가 무섭도록 획일화되는 사이 우리 TK는 지역경쟁력은 물론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도 획일화를 거치면서 모두 실종되고 있었다.
진정 부끄럽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성찰이 필요하다. 역사 앞에 떳떳하고 후대에 당당하기 위한 TK의 집단지성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정치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전략적 선택 투표로 정당 간 선의의 경쟁을 촉발시키고 이를 통한 지역발전 전략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정치적 개방성으로 지역적 이해관계를 최우선화하고 도시경쟁력을 덤으로 얻는 전략적 사고가 실천되어야 한다.
보수 혁명, 기득권 타파의 산실로 거듭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구보수는 IT시대 4차 산업혁명 세대에 이제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또한 낡고 부패한 보수는 더 이상 보수가 아니라 수구일 따름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진정한 보수는 도덕성을 중히 여기며 시대를 책임지는 것이다. 원칙에 충실하며 명분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백 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경주 최 부잣집 가훈처럼 민생을 제일로 여겼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추구해 왔다. 태산준령의 우리 영남 선비정신이 그랬다. 보수의 본향, 영남보수의 혁명은 이렇듯 선비정신의 맥을 이으며 시작되어야 한다.
참된 보수의 가치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헌법적 가치 수호와 민주주의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다. 서민이 따뜻하고 부자가 떳떳한 공평한 사회 건설에 앞장서는 것이다. 이것이 곧 탄핵정국이 안겨 준 자괴감을 극복하고 자긍심을 고양시키는 TK의 시대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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