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헌재를 겁박하는 야당과 '촛불'의 '반헌법적' 언동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반헌법적' 협박이 난무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 헌재는 탄핵 소추를 조기에 인용해야 한다"고 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한 술 더 떠 "(헌재는) 밤을 새고, 주말을 반납하더라도 1월 안에 판단해야 한다"며 "논란이 생길 수도 없고, 구구한 법 조항으로 고민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모두 헌재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을 탄핵했다. 그렇다면 남은 절차도 헌법이 정한 대로 따라야 한다. 남은 절차란 국회의 탄핵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는지, 부합한다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헌재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헌법과 법률이 명시한 탄핵 절차의 종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우선 헌재 재판관은 오직 증거에 입각해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는 재판관의 몫이다. 두 번째는 헌재를 겁박하는 그 어떤 외부적 압력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권과 국민 모두의 몫이다.

헌재가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 헌법재판 제도를 둘 이유가 없다. 그런 헌재는 정치권의 '정치적 결정'을 '법률적'으로 정당화해주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추 대표의 말은 헌재더러 그렇게 타락하라는 것이다. 헌재를 야당의 심부름꾼으로 여기는 오만이다. "구구한 법 조항으로 고민할 이유도 없다"는 기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이르면 말문마저 막힌다. 재판관이 법 조항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고민해야 하나? '구구한 법 조항'에 대한 고민은 법치의 시작이며 끝이다.

'촛불'도 헌재를 겁박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헌재가 집중심리를 통해 이번 달에라도 탄핵을 인용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여러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정치권에 헌재를 엄중히 감시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군중의 힘으로 법치를 뒤엎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야당과 '촛불' 모두 이성을 잃고 있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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