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카이사르 장군의 이 한마디로 군사들은 루비콘 강을 건너며 로마 제국의 역사를 바꾸었다. 승산이 없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강을 건넜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처럼 위대한 리더들의 결정 의지에는 남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최근 읽은 '위대한 결정'이란 책의 저자 앨런 액셀로드는 이를 '루비콘 요소'라 칭했다. 우리 삶은 늘 결정의 순간에 놓여 있고 결단력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좌지우지된다.
인생의 가장 큰 결정의 순간은 언제였나? 내게 그 시절은 고등학교 때였다. 학업에 좀 더 정진하여 의사 같은 전문직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가 아니다. 당시 간절히 원했던 '음악'의 길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후회이다. 나의 결정엔 나 자신은 없었다. 현실적인 문제, 부모님의 반대에 별다른 반항 없이 수긍했었다. "당시 어떻게든 밀어붙여 봐야 했었는데…." 지금도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던 그때가 아쉽다. 그 결과, 난 무대를 동경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다.
현재 나의 업무도 늘 결정의 연속이다. '어떤 공연을 기획해야 관객들의 선호도가 높을까?', 반대로 '대중성은 부족하지만 순수예술 발전을 위한 기획이 필요할까?'라는 선택의 기로에 자주 놓이게 된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결정 후 타인들의 판단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만족시키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선택의 시간이 길어져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후 소신껏 믿음을 가지고 진행했던 것들에 대한 결과는 대다수 양호했다.
결정은 항상 우유부단함을 동반한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선택하고자 하면 분명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사람은 늘 선택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보상을 생각한다. 우유부단함은 신중함과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우유부단함은 자신의 욕심, 책임에 대한 회피의 다른 성향이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유부단함은 타인과 본인에게 피해를 입힌다. 반면 신중함은 자신의 책임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정확한 인지를 기본으로 한다. 이를 기반으로 단호한 결정과 실행을 요구한다.
"대통령이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우유부단하면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전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말했다. 어떤 결과든 전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보다 나쁜 것은 없다. 역사 속의 드러나는 큰 결정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큰 위험과 결정의 책임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루비콘 요소의 또 다른 의미는 '용기'이다. 결정의 순간에 자신감을 가지고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가진다면 설령 기대했던 바가 아니더라도 더 큰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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