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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닭들에게도 성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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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다가오는데 나라 꼴이 이러니 영 기분이 나질 않네요. 그나저나 산타할아버지도 고민이 많겠어요. 우는 애들에겐 선물을 안 줘도 되는데 스마트폰에 빠져 아이들이 울지도 않으니 선물은 더 챙겨야 하고 바쁘게 날아다니려니 철새로 오인 받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주범 신세 되게 생겼잖아요."

"안 그래도 굴뚝이 없어서 들어오기도 힘들었는데, 올해는 쉬신다는 소문이 있어. 그렇다고 어른인 산타를 때리자고 자동차에 써 붙이고 다니면 안 되지, 산타패가 뭐야." "제발 좀 아재 개그 하지 마세요. 지금 웃을 때가 아니잖아요? 이슬람국가(IS)보다 더 무서운 AI 때문에 2천만 마리 이상 닭, 오리들이 생으로 땅에 파묻히고 있는데요."

"그래, 큰일이야. IS는 눈에 보이지만 AI는 눈에 보이지도 않아 지역을 아무렇게나 넘나들지. 게다가 백신을 개발해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백신 맞은 닭을 먹게 되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바이러스는 어떻게든 존재하는 거고 공장식 사육을 통해 면역력이 떨어진 닭을 대량생산하는 한, 별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몇 년을 주기로 계속 나타나고 있잖아요."

"동물 복지형 농장, 그러니까 닭들을 풀어먹이는 곳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생기질 않는다고 하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우리가 조금 덜 먹고 동물에게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아." "살처분 당하는 닭, 오리들도 생명인데 인간에게 큰 원한이 생기겠어요.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에요."

"엄청난 경제적 손실, 토양 오염, 무능한 정부 정책, 이게 되풀이되는데 육식 중심의 식욕을 근원적으로 줄여나가지 않으면 자연의 복수를 막기 힘들 것 같아." "그러게 말이에요. 이번 성탄절에는 계란 한 판에 1만원 하는 지경이 된다고 하니 정말 춥고 배고픈 날이 되겠네요."

"아기 예수가 태어난 곳이 마구간이야. 너무 가난해서 동물이 사는 곳을 빌려 태어나셨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간뿐 아니라 소, 닭, 온갖 가축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신 것 아니냐? 가축이 가족으로 여겨지는 세상과 3개월 안에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인식되는 세상의 차이지.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해 오신 아기 예수,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과 평화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씀하는 것 같아."

"촛불 아래 백성도 평화, 오리'닭들도 평화!"

"가난한 마음들에도 평화, 분노하는 생명들에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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