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주의 시와함께] 풍장 27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황동규(1938~ )

내 세상 뜰 때

우선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입을 가지고 가리.

어둑해진 눈도 소중히 거풀 덮어 지니고 가리.

허나 가을의 어깨를 부축하고

때늦게 오는 저 밤비 소리에

기울이고 있는 귀는 두고 가리.

소리만 듣고 비 맞는 가을 나무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귀 그냥 두고 가리.

세상을 떠나가려는지 그 사람의 몸은 나비의 입속에 북풍이 쌓이듯이 한기가 생겨나고 그 사람의 몸은 새벽 산에 꽂혀 있는 삽 위의 흰 빛처럼 떤다. 그 사람의 몸은 검은 기차가 지나간 자리를 상상하다가 선로 위로 올라와 가만히 귀를 대어보는 물개처럼 조심스럽고, 그 사람의 몸은 먼 곳을 떠나온, 여행자의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이슬처럼 구른다. 그들은 서럽게 이 세상에 몸을 풀었다. 풍장은 바람의 몸을 빌리는 일이듯이, 마지막엔 바람이 되어 먼 곳에서 오고 있는 기차의 선로에 귀를 대어보듯이 바닥의 숨소리를 가만히 듣는다. 그들이 듣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한미일 외교당국은 3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즉각 유선 협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며,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북한 원산에서 발사...
현대캐피탈이 AI를 활용한 해킹으로 주택대출 모집인 146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4일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하여 금융업계...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서 열흘 넘게 머물던 상어 '부캉이'가 3일 구조 당국이 설치한 그물을 넘어 다시 수로 안쪽으로 돌아왔다. 구조 당국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에 대해 조속한 합의를 요구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