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산 조호익 선생의 후손들 '남몰래 장학금' 8억원 기탁

영천시장학회에 기금 쾌척 "기탁자 밝히지 말아주세요"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인 지산 조호익(1545∼1609) 선생의 15세손인 조 씨 삼남매가 올해 영천시장학회에 장학기금 8억원을 기탁한 뒤 드러내지 않아 화제다. 돈을 좇는 요즘 세태와 대조적인 선행이다.

조호익 선생의 후손인 조 씨 삼남매는 지난 4월 5억원을 맡긴데 이어 이달 3억원을 영천시장학회에 기탁했다. 내년 상반기에 2억원을 추가로 맡길 계획이다.

이들 중 대구에 사는 둘째인 조 씨는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누나의 생전 칠순 때 삼남매가 모여 '사람이 태어나서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가자'며 장학기금 10억원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또 "조호익 선생을 제향하는 영천 대창면 용호리 도잠서원 관리를 비롯해 영천시에 신세도 많이 지고 있다. 노후 대책자금 외에는 모두 장학기금으로 냈다. 선조인 지산 조호익 선생 명의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기탁자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다.

조 씨 삼남매의 장학기금 8억원은 영천시장학회 기탁금 중 최고 액수다. 이들의 거액 기탁 덕분에 영천시장학회는 최근 장학기금 200억원을 조기에 달성했다. 영천시장학회는 2002년 설립 당시 2020년 200억원 조성을 목표로 세웠는데 3년 앞당긴 셈이다.

지산 조호익 선생은 퇴계 이황 선생의 문인이다. 1576년 최황에 의해 평안도 강동으로 유배된 뒤 이곳에서 후진을 양성해 관서지방 학풍을 진작했다. 임진왜란 때 유배지에서 풀려나 의병을 모아 왜적을 토벌하고 평양전투에 참가해 전공을 세웠다. 성주목사와 안주목사를 거쳐 정주목사가 됐으나 병으로 사직했고 후에 이조판서에 추증됐다. 영천 대창면에 선생을 제향한 도잠서원과 선생의 종택인 지산고택이 있다.

한편 조호익 선생의 후손인 조순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장학기금을 낸 조 씨는 도잠서원 보수 때에도 돈을 많이 냈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보이지 않게 좋은 일을 많이 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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