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누리당의 당명 변경, 국민 눈속임이 아니어야

재창당을 추진 중인 새누리당이 당명과 로고, 당색을 모두 바꾸기로 하고, 설 연휴 전에 당명을 공개 모집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2012년 2월 2일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뀐 지 5년 만에 새누리당이란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변경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당'이나 마찬가지인 지금의 당명으로는 차기 대선 승리는 고사하고 당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당명 교체로 새누리당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례로 보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꿀 당시 한나라당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였다. 박희태 전 대표의 당 대표 경선 돈 봉투 사건이 터졌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회장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11년 10'26 재보선에서도 패배했다.

이런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당명을 바꾸고 새 정강'정책도 만들었다. 하지만 국민은 바뀐 이름에 걸맞은 혁신을 체감하지 못했다. 간판만 바꿔단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당명 교체 후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그 여세를 몰아 같은 해 12월 대선에서도 이겼다.

새누리당은 이런 기억을 깨끗이 잊어야 한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천양지차다. '최순실 사태'로 새누리당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대구경북시도당에서 시민들이 당 간판에 '내시환관당' '정계은퇴당' '주범이당'이란 스티커를 붙이며 조롱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새누리당의 '안방'이 이러니 다른 지역의 민심이 어떨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당명을 바꾼다고 해서 떠나간 민심이 되돌아올 리 없다. 오히려 얄팍한 국면전환용 분식(粉飾)으로 비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당명 변경이 아니다. 진정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는 의지와 그 실천이다. 지금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당명을 바꾼 이유는 똑같았다. 대부분이 당장의 위기 탈출을 위한 신장개업(新裝開業)이었다. 새누리당의 당명 변경이 또 하나의 신장개업에 그친다면 새누리당의 운명은 보나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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