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재원의 새論 새評] 황교안 대권 도전의 조건

부산대 졸업. 영국 엑시터 대학 국제학 석사. 전 국제신문 서울정치부장. 정의화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부산대 졸업. 영국 엑시터 대학 국제학 석사. 전 국제신문 서울정치부장. 정의화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반기문 불출마로 보수 유일 대안

탄핵소추 직후부터 대망론 돌아

도전한다면 그 선택은 존중돼야

그러나 국정책임론 회피는 안돼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

1일 한 외국인 지인이 한 말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격 대선 불출마 선언을 듣고서다. 오랫동안 정치판을 지켜봐 온 필자도 어지러울 정도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한국 정치 역동성의 끝은 어딜까. 여기다 반기문(존칭 생략) 낙마까지 겹치니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푸념도 나온다. 하지만 이 와중에 세간의 시선을 모으는 인물이 있다. 바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하 황교안)이다.

그는 진작부터 반기문 대체재로 거론돼왔다. 이제 보수층의 유일한 대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사실 인터넷상에는 진작부터 황교안 대망론이 떠돌고 있었다.

혹시 '황대만'을 들어보셨는지? 많은 독자들께서 고개를 갸웃거리실 것 같다. 당장 페이스북에 한 번 들어가 보시라. 황대만을 만날 수 있다. 정확히는 '황교안 통일대통령 만들기'다. '황대모'(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모임)라는 인터넷 카페도 있다. 둘 다 지난해 12월 9일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만들어졌다. 공교로운 일이다. 대통령 공백을 메우는 자리를 맡자마자 대선 출마 요구가 터져 나온 탓이다.

황교안에 대한 바닥 민심도 심상찮다. 1일 발표된 알앤써치의 2월 1주 차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9.7%. 지난주에 비해 2.7%포인트나 상승했다. 설날 밥상머리 민심을 제대로 장악한 셈이다. 대선주자로 아무런 행보도 하지 않고서 말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대목은 3강으로 올라선 점이다. 문재인(35.2%), 반기문(16.5%)에 이어서다. 이재명, 안희정, 안철수를 따돌린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과 양강 구도 형성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황교안은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현재까지 관측으로는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지난달 23일 신년기자회견이 추론의 강력한 근거이다. 그는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올해 운영 계획을 밝혔다. 길어야 4개월짜리 권한대행으로선 '정치적 오버'다. 야당은 "대통령 코스프레를 멈추라"고 힐난했다.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엔 여운을 남겼다. 이에 바른정당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요구했다. 도리어 황교안이 발끈하고 나섰다. "나에 대해 이렇게 대응할 것인가?" 직접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따졌다.

반면 비관적 전망도 만만찮다. 먼저 '대행의 대행' 체제가 가지는 국정 불안감이다. 탄핵 인용 경우, 정치적 혼란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 관리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둘째, 정치적 연대 책임론이다. 그 역시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통령 보좌를 잘못한 책임이 크다." 대권 도전설에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겨냥해 안철수는 진작부터 문재인과 자신의 양자 대결을 주장해왔다. 반기문이 낙마해도 황교안이 맞상대로 나서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권심판론' 또는 '정권연장론' 프레임이다. 여기다 '참보수'를 외치는 유승민과 남경필은 '가짜 보수'로 황교안을 공격할 것이다.

그럼에도 황교안이 도전하겠다면, 그의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하루라도 빨리 결심하라. 그것이 국정 공백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다. 국정 운영 책임론을 회피하지 말라.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든, 상황논리로 빠져나가려 해선 안 된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총리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처방이 보이는 법이다. 지역 구도와 정치공학적 연대. 익숙한, 하지만 너무나 낡은 방식에 현혹되지 말라. 무조건 이기면 선이라는 사고가 현 위기를 초래한 유전자이다. 대신 제대로 된 보수 비전과 정책으로 당당히 승부하라.

"정치가 도덕심으로 하는 것이냐?" 충분히 있을 만한 반론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각오가 없다면 절대 나서지 말라. 황교안은 언필칭 '공안(公安)통'이다. 위선적 정치 행태는 오히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는 결과만 빚을 수 있다. 그가 살아온 삶도, 그토록 외쳐온 보수 가치도 존재 이유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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