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득 줄어드는데 소비 늘리라는 정부

지난해 가구 소득과 소비지출이 모두 감소하고 빈부 격차가 다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가구 소득 증가 폭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소비지출 역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게다가 실직과 불안한 일자리 때문에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해 빈부 격차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IMF 외환위기 때와 비교될 만큼 소득과 소비, 분배 지표 모두 크게 후퇴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말해준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 동향'을 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천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15년(1.6%)보다 1.0%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255만원)도 감소했다. 전년 대비 0.5% 줄어 2003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71.1%로 0.9%포인트 떨어져 5년 연속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4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9.7%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이자 사상 첫 60%대로 내려앉았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져 빈부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144만7천원에 그쳐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2008년을 정점으로 다소 약화되던 소득 양극화 현상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23일 정부가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에도 소득과 소비 등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때도 소비 확대를 위한 긴급 처방을 내놓았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다시 내수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그만큼 소비 둔화세가 심각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날' 지정이나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액의 소득공제율 확대, 구직 급여 상한액 조정 등 백화점식 단기 처방이 대부분이어서다. 소득이 줄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계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내세운 즉각적인 내수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 처방과는 별도로 일자리 만들기와 고용 안정, 가계 부채 감축 등 중장기적인 대책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소득 증대 등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관련 대책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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