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 학교의 대학 진학 결과가 공개되면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결국 수성구 지역 고교만 돋보이게 되고, 비수성구 지역 고교와의 학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매일신문이 최근 3주에 걸쳐 '대구경북 일반계 고교 2017학년도 진학 성과 심층분석' 시리즈를 보도하고서 학교로부터 듣는 불만이다.
대구 일반계 고교 대부분은 진학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성과가 괜찮다고 생각되면 일부 실적만 골라 교문에 플래카드를 붙인다. 학부모 대상 설명회에서도 유리한 부분만 자랑한다. 어느 교사의 고백처럼 학교 측에서 말하는 합격자를 다 합하면 모집 인원을 훨씬 넘어선다. 수시 6차례, 정시 3차례의 복수 합격자를 모두 포함시키면서다. 합격자냐 등록자냐, 복수 집계인가 아닌가, 재수생 포함 유무 등에 따라 진학 숫자에는 착시가 발생한다.
이번에 매일신문이 분석해 공개한 자료로 학교별 '민낯'이 드러났다. 서울대 합격자 수는 해마다 여러 곳에서 발표한지라 파장이 적었지만, 대구경북지역 대학 의학계열과 경북대 합격자 수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지금껏 수시에서 복수 합격자를 부풀려 말해오다가 거품 빠진 수치에서 오는 괴리감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학교는 핑계를 많이 댄다. "우리는 의대에 많이 가서 서울대는 많이 못 간다" "인(in) 서울 대학으로 많이 빠져서 경북대 수치가 낮다" 등등. 어느 진학 담당 교사에게 물어봤더니 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했다. 또 일부 자율형공립고 등에서 몇 명 나온 서울대 수시 실적에 대해서는 으쓱해 한다. 하지만 많은 예산을 바탕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면접 등 컨설팅을 외부에 맡기고도 학교의 성과로 포장한다.
진학지도 역량이 모자라면서도 적극적으로 배우려 들지 않는다. 토요일에 진학 관련 연수를 하면 교사들 불만이 터져 나오고, 심지어 초청한 입학사정관을 울려서 돌려보낸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진학 결과에 대해서는 서로 불편하니까 공개하지 말자고 하는 건 학교와 교사들의 이기심 아닌가? 성과가 없어도 다른 학교와 비교당하지 않으니 자극을 받지 않는다. 공립은 공립대로, 비수성구는 그 속에서 안주하게 된다. 그 틀을 깨려니 저항이 생기는 것이다.
한 해 입시 결과를 학교 구성원들에게 솔직히 알리고 공유해야 학교가 발전한다. 무조건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다. 올해 부진했다면 원인을 찾고 분석해야 대책이 마련된다. 학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나와야 한다. 그것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교사 사기가 떨어진다고 걱정하면서도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는 안중에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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