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 맞는 분야 찾아 다양화
지난해 카페 나우 2호점 개점
술 줄이고 건강 더 챙기는 택배
일한 만큼 돈 받는 공동작업장
'노인 일자리에 대한 편견을 깨자.'
북구시니어클럽이 노인 일자리로 카페를 연다고 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많은 의구심을 받았다. "다방을 만들겠다는 거냐" "믹스커피나 마시는 노인들이 커피 기계를 다룰 수 있나"라는 지적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1호점 개설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도 많이 사라졌다. 착실한 준비를 통해 2호점이 개설되면서부터 성공적인 노인 일자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구시니어클럽의 목표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일자리의 틀을 허물어 일자리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관할 지역이 넓고 소득수준 편차가 큰 지역 특성을 감안해 다양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결과로 북구시니어클럽에는 공공기관 이용도우미부터 공동작업장, 택배 업무까지 어르신들의 여건에 맞는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젊은 분위기 나는 카페 나우
신정균(70) 씨는 요즘 하루가 즐겁다. 카페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모든 일이 서툴렀다. 여태까지 믹스커피만 마셨기 때문에 커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카페라테와 카푸치노 이름이 헷갈려 주문을 받을 때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메뉴를 머릿속으로 달달 외우기도 했지만 항상 실수를 하지 않을까 긴장의 연속이었다. 노인들이 일하는 시니어 카페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직원들의 실수를 아량 있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신 씨에게는 손님들의 아량이 용납되지 않았다. 시중의 카페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 싫어 열심히 커피 공부를 했다.
신 씨는 어느덧 6년 차 베테랑이 됐다. 실전 경험을 통해 배운 다양한 커피 만들기는 스스로도 큰 자랑거리다. 가끔 또래 손님들이 자신의 작품을 칭찬하면 기분이 '업' 된다. 손님들이 스마트폰으로 커피 거품 모양을 찍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70세 노인이 어디에서 분위기 있게 일하겠어요? 많은 커피 레시피를 배울 수 있는 일이라 매일 즐거워요. 일만 시켜주면 더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커피 나우에 취직하면 커피머신 조작부터 각종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친절 서비스 교육까지 마치면 영업장에 바로 투입된다. 지난해부터 카페 나우 북구청점에서 일하는 김성자(64) 씨는 "다들 처음에는 커피를 만드는 일에 서툴지만 서로 도우다 보니 자연스레 직원들 간 분위기도 좋아졌다"며 "젊은이들이 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젊게 사는 기분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카페 나우는 어르신들이 전문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마련된 노인 일자리이다. 2010년 문양역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북구청 2호점을 열었다. 문양역점과 북구청점에는 각각 12명과 8명의 어르신이 일하고 있다. 카페 나우는 2인 1조 격일제 근무로 운영되는데 오전반이 10시, 오후 교대반이 2시에 출근한다. 급여는 시급제이며 월평균 30만~35만원 선이다. 현재 북구청점에서 추가로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돈 벌면서 건강 챙기는 택배
택배 업무는 물품 오배송, 고객과의 소통 문제 등으로 말썽이 많아 대표적인 3D업종으로 소문나 있다. 배수광(81) 씨도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집에서는 노크했다는 이유로 아기가 깬다고 젊은 아주머니에게 욕을 들었다. 또 배달 문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난리를 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배 씨는 자발적으로 택배 업무를 맡았다. 시니어클럽은 지하철 안내원 일자리를 소개했지만 배 씨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몸을 더 움직이고 싶어 택배 일을 시작했다.
배 씨에 따르면 시니어 택배 일자리는 장점이 많다. 먼저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머리를 많이 쓰게 된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바코드를 찍어 요령 있게 일하지만 노인들은 일일이 주소를 확인해 택배를 분류하고 배달한다. 오배송이 생기면 배달 책임자가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운다. 매일 배송할 물량이 많지만 절대 날짜를 넘기는 일은 없다. 매일 배송 물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두뇌 활동을 많이 하는 덕으로 치매 예방 효과도 높다고 한다.
배 씨는 택배 일을 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스스로 몸과 정신 관리에 더 철저해졌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 한동안 친구들과 등산 다니면서 밤늦게까지 술 먹는 일이 허다했어요.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출근을 위해 술을 줄이고 건강에 더 신경 쓰는 편입니다."
시니어 택배 일자리에는 배 씨처럼 사업을 하던 어르신부터 은퇴한 교장선생님 등 다양한 경력의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새롭게 일자리를 찾는 어르신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단순히 돈이 필요한 노인들은 금방 그만두고 나갑디다. 즐겁게 움직이고 책임감 있게 일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돈 벌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시니어 일자리에 도전하세요!"
◆원하는 만큼만 일하시면 됩니다
신무자(70) 씨는 매달 월급 통장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3년 전 생애 처음으로 만든 통장에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온다. 신 씨는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로 40여 년을 보내다가 67세에 첫 직장을 갖게 됐다. 남편이 은퇴하고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면서 신 씨는 사회생활을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일하실 65세 이상 어르신을 모집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보고 시니어클럽을 찾았다. 신 씨는 2014년 노노케어(홀몸 어르신을 돌보는 일)로 첫 일자리를 얻었다. 이듬해에는 북구시니어클럽의 공동작업장 '함께하는 행복꿈터'에서 또 다른 일을 맡았다. 쇼핑백이나 안경 클리너 포장을 하는 공동작업장의 장점은 크게 힘이 들지 않지만 작업량만큼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격일 근무로 하루 4시간 30분 일하면 3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게 된다. 일주일에 3, 4번 출근한다. 신 씨는 "아침에 출근할 직장이 있고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규칙적인 일과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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