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철을 맞아 대구경북의 대학에서 다양한 신입생 환영 행사가 열리고 있으나 희망보다 걱정이 앞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르고 있다. 새 출발과 각오를 다짐하며 학교 선후배 간 교류, 대화와 소통의 시간으로 도움을 주려는 행사의 당초 취지는 퇴색되고 폐해만 부각되고 있다. 신입생 환영 행사의 무용론이 나올 만하다.
대구의 한 대학에서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두 시간 동안 벌을 세우고 밥을 먹게 한다거나 문을 잠그고 휴대폰까지 끄도록 했다고 한다. 다른 대학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술자리 참석과 장기자랑 강요를 비롯한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면식이라는 그럴듯한 명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일도 있었다. 포스텍에서는 지난달 27일 MT 행사에서 선배 학생이 신입 여학생 2명을 성폭행, 성추행한 사건으로 가해 학생이 구속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교통사고로 1명이 숨지고 44명이 부상을 입은 구미의 금오공대 신입생 설명회 행사 때는 소주와 맥주 등 7천 병이 넘는 술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신입생에 대한 배려 실종이다. 신입생은 대학에서의 새 삶의 설계에 부푼 새내기들이다. 낯선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이 교차하는 긴장의 순간을 맞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살뜰한 배려의 길라잡이가 필요하지 주최 측의 일방적인 주입이나 강요가 필요하지 않다. 뼈아픈 자성이 필요할 때다.
또 지나친 술의 강요다. 술이 낯선 선후배 간의 서먹함이나 어색함을 덜어줄 수 있을지라도 결코 만족스럽지 않음은 수많은 선례들이 증명한다. 그럼에도 금오공대 사례처럼 대학 술 문화는 여전히 논란이다. 옛 사람의 구태를 젊은 세대들이 닮는 꼴이다. 행사를 마련하는 선배 세대의 낡은 틀을 깨는 창조적인 파괴가 절실한 까닭이다. 학교 당국의 방임은 더욱 문제이다. 책임이 담보되지 않는 이런 행사는 자제시키거나 세심한 관심이 마땅하다. 대학의 대학다움, 대학생의 대학생다움을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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