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에게 의지했더라면 그는 내 양친보다도 내게 요구하는 것이 훨씬 많았을 것이고 격려와 경고, 모멸, 야유 등으로 나를 좀 더 독립된 인간으로 만들어 보려고 했을 것이다. 틀림없었다. 이제야 겨우 나는 모든 것을 깨닫고 뉘우칠 수가 있게 되었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통렬하게 저항감을 느끼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길을 걸으려 하는 데 있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렬하게 저항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과정에 관해서이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에 사람들은 커다란 저항감을 느낀다고 '데미안'에서 밝혔다. 과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아닌가.
수업 중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약 배우자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금방 답이 나오는 사람들과 달리 선뜻 대답을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한참이 지나 다른 사람들의 답을 듣고 나서 "맞지만 말고 나도 저항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 배우자의 멸시와 억압 속에서도 여자는 가정을 위해 참는 게 능사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지배되어 온 결과였다. 사람은 시대나 환경의 영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고 행동하게 된다. 어떤 행동을 했든 그것은 바로 내가 세상을 향해 나를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세상에는 같은 것을 보고 나서 '가치를 느끼는 사람'과 '가치를 못 느끼는 사람'이 있다. 같은 예술 작품을 보고도 '이건 일억을 줘도 아깝지 않아'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대체 어디가 좋다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고방식은 가치를 만든다. 같은 이유로 스스로에 대한 가치 역시 내가 정하는 것이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이성에 제어되지 않고 욕망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고, 이념의 수행자가 아니라 욕망의 실행자가 된다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말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말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항상 경계에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내 안의 경계성을 회복하려는 야성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글을 읽을 때는 내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어느 한 쪽에 수동적으로 갇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기 자신으로 살아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은 세상을 향해 어떻게 가르치며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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