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포등대 주변 '의로운 바위' 전설
구룡포항 주변 '일본인 가옥거리'
경주 연동항 치미 형상 등대 이색적
등대는 원석이다. 관광자원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지녔다. 잘 다듬고 가꾼다면 동해안을 대표할 핫플레이스로 거듭날 수 있다. 등대 주변 경관이 빼어나고, 인근 마을에는 '설화와 전설'이 살아 숨 쉰다.
등대는 해수욕장과 먹을거리에 치우친 바다여행을 다채롭게 한다. 번잡한 곳을 피해 한적한 곳에서 '힐링'을 바라는 여행 수요와도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이야기 자원이 풍부하다. 양포등대와 양포항에는 '의로운 바위' 전설이 있다. 양포리에서 북쪽 동네인 신창리로 가는 국도 옆에 험한 바위산 하나가 있다. 이곳은 돌이 자주 굴러 떨어져 위험하다. 옛날 한 선비가 늦은 밤에 길을 지나다가 도적을 만났다. 그때 산에서 돌이 굴러와 도적을 덮쳤다. 다행히 선비는 무사했고, 의로운 바위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슬픈 이야기도 있다. 영암3항에는 '딸을 기다리는 망재(산마루)'가 있다. 옛날 한 부부가 여선이라는 예쁜 딸과 함께 살았다. 어느 날 왜구가 침입해 여선을 넘겨달라고 했다. 거절하면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부모는 딸을 내줄 수 없었다. 여선은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자 스스로 왜구에게 잡혀갔다. 이후 마을에는 왜구의 침입이 없었다. 하지만 부모는 매일 산마루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딸을 기다렸다고 한다.
동해안의 꽃인 아름다운 포구마을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포항과 경주의 마을들은 사람의 얼굴처럼 저마다 개성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포항 사라말등대가 있는 구룡포항에는 '일본인 가옥거리'가 있다. 1923년 일제가 구룡포항을 구축한 뒤 일본인들의 유입이 늘었다. 이후 병원과 백화점, 요리점, 여관 등이 들어섰다. 광복 이후에도 일부 가옥이 흔적으로 남았고, 포항시는 2011년 28동의 일본식 건물을 정비'보수해 문화거리(457m)로 만들었다.
이외에도 바다 한가운데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해상다리 '보릿돌교'(170m)가 설치된 장길리복합낚시공원이 있다.
경주 연동항에는 용마루 끝 장식기와인 '치미'를 형상화한 방파제등대가 이색적이다. 또 전촌항은 몽돌해변과 소나무숲 길이 인상적이고, 읍천항은 벽화마을과 출렁다리(32m), 양남 주상절리로 유명하다.
송재일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은 등대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려 경북 동해안의 모든 등대를 직접 찾아 경관자원을 확인하고, 설화와 전설을 수집했다. 송 실장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상에 젖는 등 등대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여행객이 선호하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마을마다 이야기자원도 풍부해 관광명소로 발굴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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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체험거리 풍부한 '등대박물관'
호미곶등대 옆 국내 유일 박물관
역사·발전과정·유물 잘 정리돼
지난해에만 97만7천명 찾아와
등대 여행을 위한 백과사전이 있다. 바로 국립등대박물관. 우리나라에서 등대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이곳뿐이다.
등대의 유래부터 발전 과정까지 없는 게 없다. 박물관은 1985년 문을 열었다. 호미곶등대 바로 옆 자리다. 이후 2002년 국립박물관으로 재개관하는 등 시설 확충을 거쳤다. 현재는 유물관과 역사관, 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체험 공간으로 거듭났다.
먼저 유물관을 찾았다. 입구에 전국의 등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등대들이 각양각색의 바다 배경 앞에 서 있었다. 전시실 입구에는 등명기가 실내를 밝혔다. 2층 높이의 등대 모형이었다. 계단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가는 등명기의 발전 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옛날 횃불과 호롱불, 초에서부터 가스와 석유, 전구, LED 등 기술의 발전 역사가 등대에 녹아있었다. 등대(광파 표지) 이외에 전파와 음파 표지 유물도 볼 수 있었다.
등대역사관에는 우리나라 등대 건축의 시대별 특징이 소개돼 있었다. 원형과 사각형, 육각형, 팔각형 등 등 탑 유형에 대한 설명이 있고, 이를 대표하는 사례가 제시돼 있었다. 또 인류 항해의 시작과 항해술의 발달, 세계의 유명 등대도 감상했다.
체험관은 어린이에게 친숙한 공간이다. 게임과 놀이를 통해 등대를 이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등대 모양의 블록을 쌓고, 지도에 빛을 비추면 해당 등대가 나타나는 '바다 내비게이션'이 어린이에게 인기였다. 모형 배에 올라 화면을 보며 직접 밤바다를 항해하는 체험 코너도 있었다. 어두운 바다 위에서 등대 불빛을 보는 경험을 하게 했다.
지난해 박물관은 찾은 사람은 97만7천 명이다. 하루 평균 2천600여 명에 달한다. 이 같은 방문객 수는 전국의 박물관 가운데 6위에 해당한다. 바로 옆 호미곶 해맞이광장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전만희 국립등대박물관 학예사는 "사라져가는 항로 표지 유물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박물관을 조성하게 됐다"며 "국내 유일의 등대 전문 박물관으로서 차별화된 전시 내용을 경험할 수 있고, 호미곶 앞바다 경치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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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경
등대마을의 공기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어선이 잡아온 생선이 포구 곳곳에서 팔딱거린다. 생선은 외지로 팔려가고 또 일부는 식당에서 싱싱한 재료로 쓰인다. 포구 인근 식당에 꼭 들러야 하는 이유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요리를 내놓는다. 음식 속에 바다가 있고 포구가 담겨 있다. 포항의 물회가 그렇다. 경주의 시원한 복어탕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포항 '새천년물회': 포항 어부들의 든든한 한끼 물회 '새콤달콤'
포항에 가면 물회를 먹어야 한다. 싱싱한 회와 채소, 고추장, 얼음이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포항 어부들이 개발한 음식으로, 대풍을 이룬 어부들이 젓가락질할 겨를도 없어서 큰 그릇에 비벼먹기 시작하면서 유래했다.
여러 식당 중 호미곶등대 주변을 찾았다. 물회(1만5천원)를 시켰다. 장치살과 양념을 한 고추장을 비볐다. 살얼음이 녹으면서 양념이 재료에 잘 스몄다. 채를 썬 배가 단맛을 내고, 상추와 파가 풍미를 더했다.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고소한 맛이 났다.
차가운 음식을 꺼리는 손님에겐 회덮밥이 있다. 가격은 물회와 같다. 더 귀한 전복물회는 2만5천원이다. 신선한 회 그대로의 맛을 보려면 모둠회를 주문하면 된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6만~10만원이다. 탕도 있다. 아귀탕(1만5천원)과 대게탕(5만원), 우럭매운탕(5만원) 등 시원한 국물과 담백한 생선살이 군침을 돌게 한다. 겨울에는 특미로 과메기(4만원)를 판다. 돌문어(5만원)도 있다. 포항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로 150번길 9. 054)276-1188.
#경주 '감포회센터': 담백한 복어 국물과 아삭한 미나리 '시원'
감포시장 앞 오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수조 안의 복어가 두툼한 볼 아가미를 들락날락하며 손님을 맞이한다. 빛바랜 간판과 허름한 실내 분위기에서 연륜과 신뢰가 느껴진다. 복어탕은 두 종류다. 참복과 활복으로 각각 3만원과 2만원이다. 복어탕에는 복어와 무, 콩나물, 미나리, 파 등이 들어간다. 복어를 우려낸 담백한 국물에 미나리가 익으며 연두색을 풀어낸다. 바다와 육지의 만남이다. 생선의 비릿함을 미나리가 중화시킨다. 하얀 복어 살이 탱탱한 식감을 유지하고, 미나리와 콩나물이 아삭거리며 씹힌다. 복어회는 코스로 즐길 수 있다. 2인 기준으로 8만·12만원이다. 얇게 썬 복어 살을 접시에 동그랗게 담아낸다. 입에 넣으면 첫 맛은 쫄깃하고, 끝 맛은 녹으며 달콤하다.
항구의 음식점답게 다양한 생선회 메뉴에 있다. 도다리(6만~8만원)와 돔·농어(6만원), 가자미(5만~7만원), 광어(8만원), 우럭(6만원) 등이 준비돼 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맛을 느끼려면 잡어회(5만~8만원)를 시키면 된다. 경주 감포읍 감포항구길 3. 054)744-3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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