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날. 모자(母子)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이나 울었다. "아들아 고맙다." "엄마, 제가 더 고맙습니다."
이후 지난달 23일 성광고 재경동창회가 수도권 대학 입학생을 위해 마련한 환영식. 선배들은 역경을 이기고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후배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후원을 약속했다.
40㎡가 채 안 되는 영구임대 아파트에 살면서도 자식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장애 어머니의 '큰 사랑'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감동으로 물들이고 있다. 올해 대구 성광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합격한 신재호(20) 군과 어머니 소수연(58'척추장애 3급) 씨가 휴먼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소 씨는 서른여덟의 나이에 재호를 낳았다. 아들은 세상 혼자였던 그녀의 '전부'가 됐다. 하지만 정부에서 받는 몇십만원으로는 책 한 권 사주기도 버거웠다. 대신 어릴 때부터 유난히 총명했던 아이라 훌륭하게 자랄 것으로 믿었고,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다.
신 군 역시 가난한 자신의 처지와 등이 굽은 장애 어머니를 애써 숨기려 하지 않았다. 소 씨는 "치킨'피자를 사줄 형편이 안 돼 집에 자주 놀러 오는 아들 친구들에게 만날 떡볶이만 만들어 줬는데도 다들 좋아했다"고 떠올렸다. 신 군은 "어머니가 부끄러운 적은 한 번도 없다. 당당하게 사시는 모습이 제 삶의 기준이 됐다"며 오히려 고마워했다.
가난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다.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새벽기도를 한 번도 빠트리지 않았다. 수술 후 더욱 불편한 몸이 됐지만 자식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어머니 소 씨는 "저는 자식을 믿었고, 학교를 믿었을 뿐입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가끔 상담을 하러 학교에 들르는 어머니를 반기는 재호 군과 교사의 손을 꼭 잡고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소 씨 모자에게 학교도 감동을 느끼기 충분했다. 성광고는 지난 2월 졸업식 때 어머니 소 씨에게 '훌륭한 어머니상' 을 처음으로 만들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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