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3일 개통식을 가진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4일 개통 100일을 맞는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달 20~31일 현장 취재를 통해 긴급진단에 나섰고, 분야별 관련 전문가의 해결책을 들어봤다.
◆터널 안에서 휘청대는 차들…그루빙 위험성 논란
유난히 터널과 교량 구간이 많은 상주~영덕 고속도로에 설치된 미끄럼 방지 홈(그루빙: Grooving)이 오히려 사고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접지력 향상과 수막'빙결 현상 예방 등을 이유로 설치된 세로무늬 그루빙이 타이어 홈과 맞물리며 차량 흔들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진은 고속도로 개통 이후 터널과 교량 구간 통과 시 차량 흔들림을 경험했다는 다수의 제보를 입수하고 2개월간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24일 찾은 청송군 사일산 터널. 취재진은 중형 승용차를 타고 시속 100㎞의 속력으로 터널에 진입했다. 터널 진입 후 수초 만에 차량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해 터널을 통과할 때까지 흔들림이 지속됐다. 사일산 터널의 떨림은 상주'영덕 양방향에서 모두 확인됐다.
이곳 터널은 운전자들 사이에서 가장 심하게 차량 떨림이 느껴진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시속 100~140㎞ 속도로 주행할 때 차량 떨림이 가장 심했다. 운전자들은 "차체가 높은 SUV 차량보다 오히려 고속'승차감 위주의 고급타이어를 장착한 승용차에서 떨림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상주~영덕 고속도로 터널 37곳과 교량 115곳 중 터널 14곳에 세로무늬 그루빙이 설치돼 있다. 개통 후 지금까지 차량 흔들림을 경험했다는 운전자 민원이 27차례 접수됐다. 이처럼 고속도로 곳곳에서 발생하는 떨림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공상 하자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봉권 안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그루빙은 균일하게 홈이 파여 있어야 한다. 기계적 결함 등으로 편차가 있으면 차가 흔들린다. 이를 해결하려면 홈을 메우거나 다시 깎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송휴게소 인근 농민들 '빛 공해' 피해 호소
청송휴게소에서 배출되는 오'폐수(본지 2월 13일 자 1'6면 보도)로 곤욕을 치른 농민들은 지나치게 밝은 야간 조명 탓에 농작물 생육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2차 피해를 호소했다. 한창 꽃이 피고 과일이 맺을 시기에 나무는 빛에 민감한데, 야간에 휴게소의 밝은 조명 탓에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송휴게소에서 발생하는 빛은 일반 가로등 불빛의 수십 배를 웃돌았다. 통상 가로등 조도는 10m 떨어진 곳에서는 6~8럭스lx: 조도 단위), 15m에선 3lx 정도다. 하지만 이곳 휴게소 전광판과 가로등에서 10m 떨어진 지점의 조도는 170lx였고, 15m 떨어진 곳에선 135lx, 30m에서는 88lx로 측정됐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환경피해 배상 산정방법'에 따르면, 농작물 생육은 야간 조도 2.1lx 이상일 때 수확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작물이 조도 20lx의 빛을 지속적으로 받게 될 때 들깨는 수확량이 98% 감소하고, 벼는 최대 21%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농경지 주변 가로등은 불빛 방향과 각도 조절 및 도색 등으로 최대한 농작물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설치해야 한다"며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빛 공해를 줄이려면 가로등의 덮개를 도색하거나 조명의 방향을 조절해 농경지 방향으로 향하는 빛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쓰레기장이 돼버린 휴게소
지난달 23일 오전 상주 방면 점곡휴게소 뒤편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공사에 쓰인 콘크리트 블록, 녹슨 철사, 공사 자재를 담았던 포대까지 영업 중인 휴게소에서 나올 수 없는 쓰레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조경수 근처 땅속에선 부직포 등 공사 자재로 보이는 쓰레기도 발견됐다.
휴게소 관계자에 따르면 평일 700명, 휴일 3천500~4천 명이 이곳을 이용한다. 이처럼 많은 이용객이 찾을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인지 좁은 화장실과 편의점 등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쓰레기를 적재할 곳이 없어 휴게소 뒤편에 그대로 방치하다 보니 그 양이 산을 이뤘다. 편히 쉴 벤치나 흡연실도 따로 없어서 흡연자들은 쓰레기 더미 옆에서 악취를 참아가며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버릴 곳도 마땅치 않다 보니 바닥엔 꽁초가 수두룩했고, 미처 꺼지지 않은 꽁초도 여럿 있었다.
상주 방면 청송휴게소 인근 한 비탈면 점검로와 인근에는 공사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2m 길이의 굵은 파이프 10여 개와 콘크리트 거푸집용 철근 묶음 등 여러 공사물품들이 방치돼 있었다.
비탈면 점검로는 산을 깎아 고속도로를 만들면서 생긴 비탈면에 균열 등이 생기는 것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자 만든 시설이다. 상주~영덕 고속도로에는 비탈면 254곳과 점검로 166곳이 있다. 점검로는 자칫 벌어질 수 있는 사고 예방을 위해 관리가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이곳에 방치된 공사 자재 등이 강풍'폭우로 비탈면 아래로 굴러 고속도로로 떨어질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특히 갓 깎아낸 이곳 비탈면에는 아직 풀, 나무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비탈면은 말 그대로 '미끄럼틀'처럼 작용할 수 있다.
◆장애인 배려 없는 고속도로 화장실
이곳 고속도로를 이용한 장애인들은 한결같이 '무늬만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불편을 호소한다. 지난달 31일 찾은 점곡휴게소에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이 있지만 정작 휠체어가 올라갈 경사로는 없었다. 화장실 입구에 20㎝가량의 높은 턱이 있어서 휠체어를 가로막았다. 화장실 내 안전 손잡이도 전혀 설치되지 않다 보니 휠체어에서 변기로 몸을 옮길 때 자칫 고꾸라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장애인 화장실 설치기준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명시돼 있다. 수평'수직 손잡이 설치 위치와 높이까지 꼼꼼하게 규정해 두었다. 그러나 상주~영덕 고속도로 대부분 장애인 화장실은 이러한 규정을 무시한 채 시공됐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한 명의 사용자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장애인 화장실이 필요하다. 한국도로공사가 무책임한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측은 "지난달 24일 민원이 제기돼 휴게소에 쌓여 있던 쓰레기들은 모두 치웠다.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서는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가로등은 후면 커버를 설치했고, 공사 자재 방치 등 미흡한 마무리 문제는 시공업체와 조율 후 처리할 예정이다. 그루빙에 의한 떨림 문제는 안전상 문제가 없는 만큼 운전자가 적응하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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