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8천명 중 1명꼴로 발병
수축 근육 이완 어려운 게 특징
유전성 때문에 불치병 낙인
현재 치료법 발견되고 있어
항경련제·다양한 물리치료 이용
과도한 근력운동 되레 병세 악화
김모(30) 씨는 수년 전부터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병뚜껑을 돌려 따기도 힘들 정도였다. 최근에는 발목에 힘이 탁 풀리며 중심을 잃는 경험까지 했다.
운동 부족 탓으로 생각한 김 씨는 헬스클럽에도 다녔지만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운동을 할수록 근육은 굳었고 힘이 빠지기만 했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유전자 검사 끝에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근긴장증'의 일종인 '근긴장 디스트로피' 진단을 받았다.
'근긴장증'은 근육이 수축한 다음에 바로 이완을 하지 못하는 유전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서서히 근육이 위축되거나 근력이 떨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근긴장 디스트로피는 성인 8천 명 중 1명에게 발병할 정도로 가장 흔한 근육질환이다.
◆전신의 근육 쇠약해지고 뇌에도 악영향
근긴장 디스트로피는 염색체상의 CTG라는 DNA 반복 배열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진 것이 원인이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면서 운동 근육의 위축과 긴장이 눈과 심장, 전신 근육에 나타난다. 이 질환은 한번 수축한 근육이 이완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특징이다. 가령 주먹을 쥐면 다시 손을 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눈꺼풀 근육 등 얼굴 근육이 쇠약해지고 목 근육이 위축돼 목이 앞으로 굽기도 한다. 인두와 후두의 근육이 약해져 목소리가 약해지거나 콧소리를 내고,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상당수가 심장 질환이 악화돼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젊은 나이에 백내장이 생기기도 한다. 단순한 근육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나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뇌에도 영향을 끼쳐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같은 증상은 대부분 20대가 되면 나타나기 시작해 50대에 이르면 뚜렷해진다. 이 질환은 상염색체 우성의 유전질환으로 대를 건너뛰지 않고 50%의 확률로 자녀에게 유전된다.
◆조기 진단으로 합병증 진행 늦출 수 있어
근긴장 디스트로피는 특징적인 증상이나 가족력, 유전자검사, 근전도검사 등 여러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지만, 근육 긴장이 심한 경우 페니토인 등과 같은 항경련제로 근긴장성을 낮출 수 있고. 다양한 물리치료로 근육의 기능을 유지한다.
수년 전만 해도 근긴장 디스트로피 등과 같은 유전성 근육질환은 '불치병'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임상 유전학이 발달하면서 치료의 해법이 발견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대표적인 유전성 신경근육질환인 듀센형 근육병과 척수성근위축병에 대한 유전자치료기법을 승인했다.
조기에 병을 진단하면 합병증을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지속적인 검사로 병의 진행을 충분히 늦출 수 있다. 적절한 운동도 희귀난치성 근육질환에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운동은 더욱 빠른 근력 손실을 일으켜 오히려 해가 된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무리한 근력 운동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박진성 칠곡경북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일시적으로 손이 뻣뻣해지거나 펴는 것이 힘든 증상은 누구나 생길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된다면 유전성 근육질환 여부를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박진성 칠곡경북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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