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작가로 잘 알려진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전시가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구신세계 오픈 100일을 맞이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부르주아 조각 작품의 아이콘 격인 '거미' 시리즈 중 8m(높이 3m) 크기의 작품 '스파이더'(Spider)와 초기 조각 작품의 유형을 잘 보여주는 '콰란타니아'(Quarantania)를 포함해 시기별 대표 조각 작품 5점을 선보인다.
부르주아는 나무, 대리석, 브론즈, 라텍스, 시멘트, 유리를 비롯한 일상의 오브제 등 다양한 재료로 기억의 공간, 익숙한 기억들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어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회화,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표현했다. 초기 추상 조각 작품 '콰란타니아'는 1938년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그곳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를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실패'의 형상을 닮은 기다란 형상은 실제 인체 크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으로 등신대 아래로 갈수록 점점 가늘고 단순화돼 인간의 고독을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중요한 주제가 됐다. 부르주아의 거미에 대한 열정은 1947년 드로잉에서 나타난다. 거미는 서구 신화와 상징주의에서 많이 나타나는 소재이다. 부르주아는 거미가 실을 잣고 그것으로 거미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자신의 어머니에 비유하고 이를 다시 집이라는 거대한 건축적 구조물로 환원해 설명하고 있다. 브론즈로 거대하게 만들어진 작품 '거미'의 첫인상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몸체를 지탱하는 길고 가느다란 다리는 가냘프지만 힘이 느껴지며 저마다 가슴속에 그리고 있을 어머니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김창호 수석 큐레이터는 "부르주아의 '자기고백적 예술'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는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한 작가가 평생 만들어 온 긴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서 "전시 공간을 꽉 채운 작품 '거미'는 관람객에게 색다른 예술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르주아는 1970년대 급속도로 불어닥친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미술계에 부각되기 시작했다.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을 다룬 작품 '아버지의 파괴'(1974)로 새롭게 평가된 부르주아는 1982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을 계기로 국제적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었고,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25일(화)까지. 053)661-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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