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보급 훈민정음 해례본, 이제 세상의 빛을 보게 할 때다

국보급으로 평가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실물 사진이 배익기 소장자에 의해 8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8년 상주본의 존재가 첫 공개된 이후 자취를 감춘 지 9년 만이다.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상주본 실물 사진은 12일의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배 소장자가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라는 공인(公人)의 입장에서 공개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이번에 드러난 실물 사진은 보는 국민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500년 세월을 견디다 지난 2008년 처음 선보였을 때 모습보다 보관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5년 3월 26일 소장자의 집에서 일어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 탓인 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실물 존재 자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일은 다행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33쪽짜리 해례본과는 달리 처음부터 24쪽짜리로만 존재했던 해례본 7쪽 공개 부분은 일부 테두리 외에는 온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주본은 이미 전문가 감정에서 현재 간송미술관이 소장 중인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보다 높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판정됐다. 문화재청의 감정 가치만으로도 1조원이라는 이야기가 나돌 만큼 귀중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소중한 문화유산이 소유권 소송과 국가 헌납 여부를 둘러싼 소장자와 당국과의 줄다리기 등으로 조금의 진척을 보지 못했다. 당당하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음지에서 몰래 보관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기회가 해결의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소장자의 행동도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먼저 이번에 실물 사진을 공개해 상주본의 존재를 알렸다. 또 당선되면 국가 헌납도 공약했다. 보상가 1천억원을 달라던 종전 입장과 다르다. 재선거 후보라는 공인으로서 한 언행인 만큼 문제를 풀 실마리로 삼기에 충분하다. 존재 여부도 몰라 협상할 수 없다던 당국도 이제 다른 접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소장자나 당국 모두 당당하게 문제를 풀 때다. 해례본은 불순하게 뒷골목에서 거래할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와 겨레의 보편적인 자산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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