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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유일 '보물섬 플리마켓' 2014년 중고품 매매로 문 열어

모금 통해 어려운 아이들 선물…또래 주부들 친교장소로 활용

울릉도의 유일한 알뜰장터
울릉도의 유일한 알뜰장터 '보물섬 프리마켓' 회원들. 왼쪽부터 남정현, 손은희, 김민정, 정정연 씨. 울릉군 제공

주말인 9일 오전 울릉읍 한마음회관 야외광장. 30대 전후 주부 10여 명이 각자 가져온 물품을 테이블에 진열하느라 분주했다. 직접 만든 수제 생활용품과 액세서리, 베이커리, 반찬 등 수제 제품이 주를 이뤘다. 한쪽에선 아이들을 위한 무료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 옆으로 펼쳐진 돗자리 위에선 가족'친구끼리 손때 묻은 옷가지와 동화책 등 쓰임새를 다한 중고 물품을 펼쳐놓고 새 주인을 기다렸다.

정오가 되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며 광장은 활기를 띠었다. 방문객들은 테이블을 둘러보며 물품을 구매하거나 간식을 나눠 먹으며 가족 나들이를 즐겼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혁 군은 단짝 최성록 군과 함께 자신이 가지고 놀던 딱지를 판매하며 즐거워했다. 이 군의 아버지 이선우(44) 씨는 "스스로 가격을 매기고 판매하며 교과서 밖 경제를 배울 기회란 생각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울릉도의 유일한 알뜰장터 '보물섬 프리마켓'이다.

처음엔 중고품 매매를 위한 벼룩시장으로 출발했다. "아이가 쓰던 장난감이나 옷이 그냥 버려지는 게 아까워 인터넷 중고 거래를 해봤는데 울릉도 택배비가 비싸다 보니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또래 주부 몇몇과 뜻을 모아 2014년 9월 처음 시작했죠." 이 단체 회장 김민정(39) 씨가 말했다.

벼룩시장은 비정기적으로 열렸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소문이 났고 참여인원도 늘었다. 주부들끼리 서로 알아가는 기회도 됐다. 회원 손은희(33) 씨는 "주변에 재주 많은 엄마가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프리마켓으로 외연을 넓히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6월의 일이다.

'보물섬 프리마켓' 회원들은 참가비 2만원씩을 내고 나서 현수막 제작 등 행사 준비에 쓰고 남은 돈은 모두 적립한다. 비회원 주민에겐 참가비를 받지 않지만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초 이들은 지난해 모금액 70여만원으로 방한장갑을 사 형편이 어려운 아이 40여 명에게 전달했다. 지난 2월엔 예비 초등'중학생 5명에게 운동화와 책가방을 선물하기도 했다.

울릉도엔 20여 명의 결혼 이주여성이 있다. 이들은 올해 울릉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협조를 받아 결혼 이주여성들과 함께 행사를 꾸려볼 계획이다.

"물건을 사러 오긴 하는데 서로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죠. 프리마켓을 통해 같은 주부끼리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고향 음식도 만들어 판매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회원 남정현(35) 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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