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홍길동입니까? '3'을 '삼'이라고 읽지 못하고 '쓰리'라고 읽어야 합니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6일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문 후보는 지난달 30일 당내 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 '3D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로 발음했다. 경쟁 주자들은 본선이 시작되자 '삼디 프린터'를 물고 늘어졌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문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대표는 "국가 경영은 '3D(쓰리디)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라고 읽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런데 김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는 입장이 달랐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 경선 TV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지하경제 활성화'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단순 '말실수'('지하경제 양성화'를 '활성화'로 잘못 표현)라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6일 "전문가 사이에서 통용되는 단어가 있다"며 "누구나 쓰리디 프린터라고 읽는다"고 꼬집었다.
'3D 프린터' 공박은 결과적으로 시간 낭비였다. 애당초 정답이 모호한 문제였다. '3D 업종'의 경우 '삼디 업종'으로 많이 읽지만, '쓰리디 업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4H 운동'(농촌의 생활 향상과 기술 개량을 도모하고 청소년을 고무하는 운동)은 어떤가? '사 에이치 운동'이라고 부르지, '포 에이치 운동'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6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그 글이 화근이 됐다. '滅私奉公'(멸사봉공'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힘써 일한다)을 '滅死奉公'이라고 썼다. 그는 私(사사로울 사)를 死(죽을 사)로 잘못 쓴 실수를 알고, 방명록을 다시 작성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다. 하지만 홍 후보는 기자들에게 일부러 '死'로 썼다고 변명하는 바람에 입방아에 올랐다.
대선 후보의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웃고 넘길 수 있는 해프닝'에 죽자고 덤비는 것은 볼썽사납다. 작은 실수를 치명적인 흠결로 공격하고, 궁색한 변명으로 방어하는 모습은 정치 냉소만 부추긴다.
대선 후보의 말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잘못된 말은 이분법으로 말하면, '단순한 실수' 혹은 '무지의 소치'다. 유권자들은 해당 발언의 맥락과 후보의 이력을 종합해 '실수'와 '무지'를 구분하면 된다.
이번 대선은 일정이 짧다. 어느 때보다 밀도 높은 후보 및 정책 검증이 필요하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 상대 후보를 골탕 먹일 시간이 없다. 시민들이 이런 구태를 보려고 지난겨울 길바닥에서 촛불을 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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