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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실버브리지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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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브리지 신드롬'은 돈 선거, 뇌물 선거를 일컫는 용어다. 실버브리지(Silver bridge)는 영국 작가 앤서니 트롤롭의 소설 '수상과 공작의 자녀들'에 등장하는 가상의 선거구다. 트롤롭은 자유당 소속으로 하원의원 선거에 나섰던 경험을 토대로 19세기 영국의 타락한 선거 풍토를 고발했다.

실제 무대는 영국 요크셔주 비벌리. 19세기 영국에서 부패한 선거구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보수당 의원 헨리 에드워드는 공공연하게 유권자들을 매수했다. 술집에 앉아 돈을 나눠주고 누가 돈을 받아갔는지 장부에 꼼꼼히 기록할 정도였다. 선거법도 개의치 않았다. 그와 맞붙은 1868년 선거에서 트롤롭은 낙선했다. 왕립위원회가 진상조사를 했더니 800명 넘게 매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현대에는 실버브리지가 없을까. 요즘은 법정 선거 비용을 1파운드라도 넘겨서는 안 된다. 법이 엄하다 보니 검은돈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사회 어디서든 선거에는 여전히 돈이 들어간다. 다만 돈이 유권자 주머니로 직접 들어가지 않을 뿐이다.

과거 우리의 선거는 복마전이었다. 1960, 70년대 선거는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로 불렸다. 2002년 16대 대선 때 한나라당이 한 기업에서 받은 현금다발을 트럭으로 실어날라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돈이 당락을 좌우하던 시절이라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실탄' 확보에 목을 맸다.

19대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미디어 선거'로 바뀌면서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투명해지고 선거 비용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거를 지탱하는 것은 돈이다. '쩐(錢)의 전쟁'이 결코 빈말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는 후보 1인당 509억원만 쓸 수 있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그 내막은 당사자 몇몇을 빼고는 아무도 모른다.

며칠 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법정 사퇴 시한을 3분 앞둔 심야에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보궐선거를 막아 300억원의 선거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꼼수 비난이 거세다. 실제 선관위가 밝힌 2012년 경남지사 보궐선거 때 든 비용은 대략 120억원이었다.

선거는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 선거의 경제학이 지향하는 공식이다. 모든 선거 비용은 바로 국민이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검은돈은 선거만 망치지 않는다. 민주주의 밑동을 좀먹는 최대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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