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할머니도 '고금소총' 한자 공부하며 호호깔깔
웃다보면 머리가 맑아져
"기생이 난봉꾼 선비를 거짓 사랑으로 정을 주고 사랑의 정표로 그 선비의 생니를 뽑게 합니다." "사미승(沙彌僧)이 주지스님을 놀려주기도 하고 하인이 상전인 양반을 골려주기도 하지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어르신 학생들은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함께 웃는다. 과부와 머슴의 육담적인 내용이 나올 때는 슬쩍 옆 사람 눈치를 보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의 멋과 슬기로움을 담은 '고금소총' 수업은 매번 학생들로 가득하다. 일부에서는 고금소총을 내용이 거칠거나 저속하다며 문헌으로서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만 대구노인종합복지관 노인들에게는 가장 재미있는 교과서로 통한다.
특히 고금소총은 다양한 한자를 익히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한자는 글자 수가 많고 획수가 복잡해 배우기가 어렵다. 고금소총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석하기 위해 한자를 공부한다. 대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고금소총 강의를 하는 오상태 박사는 '기문' '교수잡사' '파수록' 등 선조들의 기지가 번뜩이는 글을 모아 수업을 진행한다. '논어'나 '시경' 등 한문으로 된 서적은 중국인의 입장에서 서술해 일반인들이 해석하기 어렵지만 고금소총은 우리나라 서민들이 전하는 이야기라 쉽고 재미있다.
고금소총의 또 다른 장점은 선조들의 지혜나 해학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금소총은 음담패설로만 구성된 글이 아니다. 전통사회의 규범을 지키라는 내용도 있고 약자가 상대적인 강자를 골려주는 통쾌한 이야기도 많다. 고금소총 수업은 총 48명의 학생이 참석한다. 90세 이상 노인이 5명, 80세 이상은 20명이나 있다. 수업을 듣는 상유조(96) 할머니는 "고금소총을 읽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지고 한바탕 웃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했다. 고금소총 속 통쾌한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노인도 많다. 노인들의 유쾌한 일탈인 고금소총 수업은 대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매주 화요일 2시간씩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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