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술은 줄이면서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은?' 바로 대구 사람들이다.
대구시가 최근 발표한 '2016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흡연율과 음주율, 비만율, 정신건강, 삶의 질 등 10개 분야에 대해 대구 8개 구'군 7천313명 대상의 조사에서 나온 긍정적인 답이다. 흡연은 지난 2008년 첫 조사 이후 2009년 정점을 찍고 계속 떨어졌다. 음주율도 2014년을 고비로 하락했다. 특히 우울감 경험률은 두드러지게 달라져 2009년 최고치를 보인 이후 계속 낮아졌다. 삶의 질이 좋다는 대답 역시 2015년부터 반전돼 나아졌다.
이는 올 들어 나온 경제 관련 우울한 통계 자료와는 사뭇 다르다. 올 1월 동북지방통계청은 2015년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전국 시'도 중 최하위라고 밝혔다. 1992년부터 시작된 꼴찌의 24년 연속 대기록(?)이다. 이달에는 통계청 2월 인구조사 결과, 대구의 인구 유출이 여전한 것으로 나왔다. 해마다 7천~8천 명의 젊은이가 떠나는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지난해 대구 청년실업률은 12%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그래서 긍정적인 이번 대구 시민의 건강과 삶의 자료가 이채롭다. 이런 결과의 원인 분석은 없지만, 대체로 대구 사람은 경제적으로 다소 팍팍한 현실을 술과 담배로 한시름 잊으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경제 문제만 빼면 대구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은 역사가 이미 증언한 터이다. 첨단의 백두산 흑요석 도구를 쓴 달서구의 구석기 대구 사람 유적에 이어 조선과 일제강점기 자료가 그렇다.
조선 학자 이중환은 인문지리서 '택리지'에서 대구에 대해 '신라 이래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사는, 지세와 생리 모두 대대로 살아가기 좋은 곳'이라 적었다. 과거 대구에 살았던 일본인들은 한 술 더 떴다. 대구의 지리, 수질, 환경, 토지 등을 보고 '일본 민족이 큰 날개를 펴고 활동하며 비약하려는 데 가장 적당한 지반이 될 것인즉 달리 어디서 이런 땅을 구할 수 있으랴'며 격찬한 사실을 1943년 대구부(현 대구시청)가 펴낸 '대구부사'는 전하고 있다.
지금 대구가 또 다른 행복한 고민이다. 5'9 장미 대선 때문이다. 뭇 유력 대선 주자들이 대구에 애정을 쏟고 있어서다. 한 당에만 빠졌던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제 거름 지고 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남은 일은 현명한 한 표다. 옛 생각에 갇혀 모처럼 맞은 행복을 기권 등으로 헛되이 날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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