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싸고 24일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이다. 첫 번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면서 북핵 저지를 위한 공조에 들어갔다. 두 번째, 칼빈슨 항모전단이 일본 호위함과 서태평양에서 공동훈련을 벌이고 25일 한반도 수역에 접근한다. 세 번째, 북한은 칼빈슨호를 수장하겠다고 위협하고 중국 전폭기가 비상대기하고 있다.
어디에도 '한국'이란 존재는 없다. 위의 사건만 보면 한국은 북한과 맞닿아 있는 곳일 뿐, 미'중'일이 아무렇게 다루는 공깃돌 같은 국가다. 대통령이 유고 상태라서 그럴 것이라고 자위하지만, 미'중 공조 수준을 볼 때 한국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의 말을 듣고도, 데모는커녕 논평조차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맡겨야 하는 약소국의 비애만 있을 뿐이다.
이웃 일본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 한반도 위기를 부추기며 은근히 즐기는 듯하다. 일본 정부가 한반도 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 절대 아니다.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일본을 핵 공격하겠다고 장담해왔기에 한국보다 더 겁을 낸다. 이 기회를 틈타,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일본 정부의 얄팍한 술책이 숨어 있다.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전쟁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아옹다옹 싸우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심한 말로 하면 이빨 드러낸 늑대 앞에서 토끼끼리 제 잘났다고 싸우는 꼴이라고 할까. 후보들에게 한반도 해법을 물으면 '북한과 대화' '한반도 비핵화' '전술핵 배치'니 하는 고답적인 담론만 나온다. 진보 후보는 20년 전 김대중 정권 때와 비슷한 해법을, 보수 후보는 30년 전 군사정권 때와 같은 해법을 제시한다. 고민하는 후보도 없고, 독창성 있는 대안을 내놓는 후보도 없다. 앵무새처럼 남의 얘기, 추종하던 정치인의 정책만 답습할 뿐이다. 한가하고 배부른 소리처럼 들린다.
물론, 정답은 없지만 한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강대국과 외교를 하든지, 북한과 대화하든지, 힘이 없으면 도루묵일 따름이다. "모든 외교는 다른 수단들로 벌이는 전쟁의 연속"이라는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의 말이 생각난다. 어디 이런 후보는 없을까? "필요하다면 핵무장도 검토하겠다." 이 정도 결기와 강단의 대통령을 가져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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