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9억원과 70억원.' 대구 중구의 옛 조선 역사 흔적의 복원과 활용에 쓸 돈이다. 앞은 25일 국가지정문화재가 된 경상감영 복원 정비 사업비로 2030년까지 들어갈 세금이다. 뒤는 올해 말 끝나는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비다.
두 사업 대상은 공통점이 있다. 백성 수탈과 국권 침탈의 아픈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경상감영은 조선 8도에서 가장 백성이 많고 땅덩어리 큰 경상도 72고을을 다스린 최고 권력자인 관찰사가 군림한 곳이다. 선화당은 업무를 본 공적 사무실이고, 징청각은 먹고 자고 논 사적 공간이다. 좋게 말하면 근무처지만 백성을 괴롭힌 수탈처였다.
썩은 당시, 백성 수탈의 증언은 여럿이다. 먼저 1906년 6월 대구군수 겸 경북도관찰사서리로 부임한 박중양의 회고록 '술회'(述懷)가 있다. "병이 골수에 든 조선을 소생하기에는 때가 늦었으나 온갖 폐단을 타파하고 백성을 구제하기로 결심했다. 썩어 뒤집어진 한국 중흥은 자신(自信)이 약하다'''관찰사와 군수 등이 나설 때 행렬은 지금 제왕의 때보다 더하다'''관리 등이 감춘 공금을 적발하고'''무명잡세를 없애고'''놀고먹는 직원을 도태하고'''." 또 대구 일본인이 남긴, '네 죄를 네가 알렷다 라면서 백성의 돈과 재산을 뺏는' 감영과 관리들 모습도 그렇다.
박중양의 기록은 광복 후 1946년부터 1954년까지 쓴 글이라 신뢰에 의문이 있지만 역대 조선총독도 비판한 점에 미뤄 옛 부패를 다소 짐작하게 한다. 일본인 기록 역시 한국의 나쁜 점을 유독 부각하는 터라 믿음이 낮지만 참조는 할 만하다. 게다가 징청각에는 나라에서 내린 '네가 받는 월급은 백성의 기름이고, 아래로 백성을 괴롭히기는 쉬우나 위로 하늘을 속이기는 어렵네'라는 글이 내걸릴 정도였으니 썩은 경상감영의 그늘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순종황제 어가길 역시 흑역사(黑歷史)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조선 마지막 임금 순종이 나라 패망 1년 7개월여 전인 1909년 1월, 태어나 처음 들른 대구에서 이틀 밤을 보낸 곳이 경상감영이다. 어가길은, 앞서 백성에게 의병 같은 소요를 일으키지 말라고 당부하고 대구 일본인들이 신사를 세우고 신성시한 달성공원에 이토 히로부미 통감과 함께 들르느라 오간 그런 길이다.
두 사업은 대구 관광과 역사교육 공간으로 쓰기 위함이다. 1천579억원짜리 역사 사업이라 기대되나 돈만 쓰고 자칫 '네 죄, 네가 알렷다'는 소리를 듣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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