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부모님 생각하면 너무 죄송
'엄마! 나 잘 살고 있어요' 코너에서는 한국결혼이주여성들이 고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를 소개합니다. 다문화가정의 애환과 한국에 정착해서 잘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딸이 엄마에게 전하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여다볼까요?
진선미 씨는 한국으로 시집온 후 최근이 가장 힘들다.
2008년 한국으로 온 뒤로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에게 사랑받는 아내이자 며느리였지만 엄마 역할이 너무 어렵다.
선미 씨의 딸 박은솔(10) 양은 자랑거리인 동시에 큰 고민거리다.
여태껏 학교 시험에서 95점 이상만 받아온 모범생 딸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던 은솔 양이 최근 이른 사춘기를 겪으면서 아빠와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
선미 씨도 사춘기를 겪어봤기 때문에 부쩍 예민해진 딸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딸을 대하기가 많이 힘들어졌다.
선미 씨에게 은솔 양은 어렵게 얻은 딸이라 더욱 각별하다.
한국에 시집 온 초기에는 한국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고생이 심했다.
특히 입덧을 할 때는 마늘이나 후추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심해져 거의 음식을 먹지 못했다.
선미 씨는 배 속에 있을 때 잘 먹지 못한 딸이라 은솔 양에게 더 잘 먹이고 귀하게 키웠다.
선미 씨는 육아를 통해 자연스레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됐다.
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 선미 씨는 고향 캄보디아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이 더 자주 난다.
친정이 가까이 있으면 금세 달려가서 하소연이라도 늘어놓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
선미 씨는 그립고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띄운다.
부모님께
한국에 와서 쓰는 두 번째 편지네요. 11년 만이에요. 사실 편지를 잘 쓰지 않아서 좀 어색해요.
그래도 편지로 얘기하니까 통화할 때 못하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좋네요.
엄마 아빠, 보고 싶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 싶지만 직접 말하지 못했어요.
항상 저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러워요.
친정집에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금방 찾아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니까 마음이 아파요.
그래도 딸이 타국에 시집와서 잘 살고 있으니까 제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엄마 아빠, 건강 잘 챙기고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은솔이가 크면서 챙길 게 너무 많네요? 저도 이제 부모가 되고 가정을 책임지는 엄마가 되니까 아주 바빠요. 특히 저녁이 되면 일이 많아지는데 그 핑계로 전화하는 것도 계속 미루게 되네요. 시댁도 챙겨야 하고 저도 이제 한국 엄마가 다 됐어요.
엄마 아빠, 편지니까 다 얘기할게요. 너무 사랑하고 존경해요.
오늘은 빨리 집안일 끝내 놓고 전화할게요.
P.S. 엄마 아빠. 손녀 딸이 공부를 아주 잘해요. 집에서는 책을 절대 안 보는데 시험만 치면 항상 95점 이상을 받아와요. 신기하죠? 은솔이가 이번 중간고사도 잘 쳤대요. 나 엄마 역할 잘하고 있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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