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사수주 로비자금 4,000만원은 어디로?

건설업자 "돈 돌려달라" 진정…브로커 변재 형사조정 어겨, 캠프 관계자 "브로커 몰라"

화력발전소 공사 수주를 빌미로 한 브로커가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돈이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에게 건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브로커는 물론 대선 후보 캠프 측 관계자도 관련 사실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건설업자는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에서 건설 관련업을 하는 B씨는 "지난 2015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C씨가 '강원도 한 화력발전소 내 일부 공사를 수주해 주겠다'고 해서 활동비 명목으로 4천500만원과 법인카드(2천200만원 상당)를 지원했다. 이후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해서 C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고, 사기로 고소까지 했다. 형사조정을 통해 C씨는 지난 3월 말까지 변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B씨는 인천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C씨가 가로챈 6천700만원 중 4천만원이 A씨에게 흘러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는 대선 후보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는 인물로, 해당 후보가 당 대표를 지낼 당시 비서관이었다. B씨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사용처를 묻는 과정에서 대부분 돈이 A씨에게 흘러갔다는 C씨의 해명을 듣고 당혹스러웠다. A씨가 유력 정치인의 비서관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부당하게 돈을 챙겼다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난 그런 인생을 살지 않았다. C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누군지도 모른다. 만약 관련 내용이 보도된다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해명이 있은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C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A씨가 전화를 걸어와 항의하는데, 무슨 내용이냐?"며 되물었다. 애초 C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누군지도 모른다는 A씨의 해명에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해명을 듣기 위해 A씨와 다시 통화했지만, A씨는 "무조건 법적 조치한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한편 C씨도 "돈을 돌려주지 못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A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씨의 전화기 녹음에는 사뭇 다른 내용이 담겨 있다. 녹음에 따르면, C씨는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인사에게 현금을 전달했다. A씨 혼자 같으면 바로 해결하겠는데, 관련 인사가 3명이어서 쉽지 않다. 이틀만 주면 해결한다고 했다. 해결 안 하면 전화번호와 이름을 넘기겠다'고 B씨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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