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라도 토박이다. 친가가 전남 구례, 외가가 전북 장수이고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경상도는 그저 생소하기만 한 곳이었다.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나는 여러 가지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음식이다. 맛의 본향에서 자라 자연스레 음식 본연의 맛에 관심이 많았고 경상도 음식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맛있게 음식 먹기'를 하려면 일단 술이 곁들어져야 한다. 또한 음식 마인드맵 중 대학생이 접하기 쉬운 단어는 '술'이다.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아침에 숙취 해소를 위해선 해장국이 필수 코스였으며, 나는 전주에서는 콩나물국밥, 대구에서는 육개장을 찾는다.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전주비빔밥, 칼국수, 순대국밥 등이 있다. 특히 숙취에 그만인 '왱이 콩나물국밥'은 어릴 적 먹었던 그 맛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콩나물이 올라간 국밥에 수란과 김, 반찬 3종류가 전부이지만 해장에 그만한 깔끔함은 없다. 든든히 속을 챙기고 해장으로 모주 한잔까지 더하면 그 깊이는 더해진다.
그렇다면 대구가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납작만두, 동인동 찜갈비, 안지랑 곱창골목집 등등 전부 찾아다녀 봤지만 내가 경험해본 대구 음식 중 최고는 단연코 '옛집식당 육개장'이다. '옛집식당'은 역사가 50년도 넘었다고 한다. 한때는 전국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혔던 서문시장과 달성공원 사이에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엔 비좁아 아직도 이런 골목길이 남아있나 싶은 옛 골목에 구식 간판을 단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옛집식당 육개장'에 들어가는 재료는 사태, 대파, 무가 전부로 먹어본 육개장 중에서 가장 깔끔했다. 곁들여 나오는 집 간장에 두부 부침개까지 찍어 먹었다면 그날의 식사는 다했다고 할 정도다.
'콩나물국밥'과 '육개장' 두 음식의 공통점은 다름 아닌 깔끔함과 변함없는 손맛이다. 한 음식 안에 어지럽게 재료가 들어가 있지 않고 콩나물국밥에 콩나물의 아삭함이, 육개장에 대파의 개운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이처럼 몇십 년간 변함없는 재료로, 몇 시간을 우려 끓인 국물이 진정한 맛을 말해준다.
'콩나물국밥'과 '육개장'의 변치 않는 음식 만듦새와 같이 처음 자신이 하고자 했던 꿈과 목표를 찾아가자. 오랫동안 끓인 진한 국물처럼 흔들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미래에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나'의 모습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 배고픈 현실이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청춘의 배를 부여잡고, 뜨거운 뚝배기 한 그릇에 우리들의 희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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