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비평가와 행동가

방송인 김어준 씨가 예전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조국이 싫다. 얼굴 잘생겼고 목소리도 좋다. 공부까지 잘해 서울대 법대 교수다."

조 수석은 '엄친아'의 전형으로 불린다. 매력적인 외모와 뛰어난 스펙을 겸비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인터넷이나 SNS에 조 수석을 옹호하는 댓글 대부분은 여성들이 쓴 것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대학 시절부터 여학생들에게 숱한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하니, 그때 벌써 보통 남자와는 완전히 다른, 연예인 수준의 인물이었다.

조 수석을 우호적으로 보는 이들이 아주 많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게 보는 이들도 많다. 자유한국당이나 극우 성향을 띤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비호감 시선이 상당히 있는 편이다. 이들은 조 수석을 현실참여형 교수나 사회운동가로 보기보다는 내심 '탤런트'나 '광대'쯤으로 낮춰 보려는 경향이 있다. 조 수석이 SNS에 시도 때도 없이 비판 글을 올리고, 각종 인터뷰, 기고를 활발히 하고 다닌 전력 때문일 것이다.

서울대에서 학생운동을 할 때에도 현장 투쟁보다는 이론 공부에 치중한 듯하다. 친구들과 함께 학생운동 PD그룹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는데, '주체사상비판'이라는 책을 냈다고 한다. '머리 좋은 학생'답게 이론가의 역할에 충실한 것 같다. 요즘 '파워 트위터리안'으로서 수시로 현실문제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는 것도 본래의 성향이 아닐까 싶다. 이 때문에 조 수석을 '비평가' '평론가'로는 괜찮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행동가'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선이 있는지 모른다.

'비평가'와 '행동가'의 역할은 천양지차다. 그것도 검찰 개혁과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얼마만 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탈무드에는 '비평'과 '행동'을 비교한 말이 있다. 한 아이가 현자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과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입니까?" 현자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쉬운 일은 남에게 충고하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이 직접 행하는 것이다."

비평가가 되기는 쉽지만, 행동가가 되려면 남다른 노력과 용기, 자신을 변화시킬 의지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조 수석이 어떻게 '비평가'에서 '행동가'로 변신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큰 흥미로움이다. 새 정부는 100일 내에 일정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통인 만큼, 그때 다시 조 수석을 평가해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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