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설기계 대여금 상습 연체 갑질 뿌리 뽑아달라"

대형굴삭기협회원들 거리로…대구·포항 시청 앞 항의 집회

15일 전국건설기계 경북연합회 회원 100여 명이 포항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배형욱 기자
15일 전국건설기계 경북연합회 회원 100여 명이 포항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배형욱 기자

굴삭기 운전자 박모(53) 씨는 지난해 기계 대여금을 받기 위해 속앓이를 했다. 지난 2015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모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공사에 참여했지만 9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대여금의 85%만 받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하청업체가 경영난이 심각하다며 대금 지급 책임을 원청업체에 떠넘기는 탓에 돈을 받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원청업체가 애초 50%만 지급하겠다는 것을 강하게 항의한 끝에 겨우 85%로 높였다"고 했다.

시행'시공사 등의 공사 대여금 체납 관행 탓에 생활고를 겪고 있는 대구'경북 건설기계 대여업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전국건설기계연합회 소속 대구 대형굴삭기협의회 회원 200여 명은 15일 대구시청 앞에 모여 관행적 대여금 체납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건설사는 굴삭기'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대여업자 몫의 대금 지급 규정을 준수하라. 발주사는 건설사들의 위반 여부를 제대로 관리감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 최모(46) 씨는 "대여금 지급이 늦어져 건설사를 찾아가 항의하면 법대로 해보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1천만원이 밀려도 변호사비 등을 빼면 남는 게 없으니 포기하고 만다"고 했다.

이날 경북연합회도 포항시청 앞에서 회원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공사대금 지급 기한이 명시된 법이 있다고 해도 민간 공사현장은 물론 관급공사 현장조차도 이를 지키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며 "대여금 체납 관행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산업기본법(제34조)에 따르면, 건설업체는 공사 준공금과 기성금을 발주자에게서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하수급인(건설기계 대여업자 등)에게 일한 대가를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이나 과징금 4천만원을 물어야 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하청업체 몫의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것은 업계의 오래된 '갑질'이다. 이의를 제기하면 일감을 주지 않는 등 불이익이 돌아오는 탓에 대여업자들은 부당한 대우에도 속앓이만 한다는 것이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공사현장만 해도 건설기계 업자들이 한 달간 일한 대금을 청구했을 때 실제 지급받기까지 평균 55일이 걸렸고, 이는 다른 지역 관급공사 현장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금 집행이 정상적이지 않은 탓에 건설기계 업자들은 1억원이 넘는 중장비 할부금을 갚는데 또다시 빚을 내는 일도 겪는 등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구'경북연합회는 우선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집회를 열고 차츰 전국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강신호 경북연합회 포항시협의회장은 "시공사 등은 기성금이나 준공금을 받고도 다른 곳에 돈을 다 써버리고, 정작 지급해야 할 우리들의 일한 대가는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지급하고 있다. 이런 관행을 끊으려면 행정기관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며, 영업정지와 과징금 부과 등 엄정한 법 집행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관급공사의 경우 산하기관이나 단체, 공사, 공단 등에서 대여금 체납 사례가 있으면 법정 기일인 15일 내에 지급이 이뤄지도록 관리감독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